[ST르포-영풍석포제련소] ①영남 젖줄 낙동강 중금속 오염 '초비상'
[ST르포-영풍석포제련소] ①영남 젖줄 낙동강 중금속 오염 '초비상'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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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뮴 중독 이타이이타이병, 낙동강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 없어
2013년 이후 5년 동안 48차례 환경법 위반한 영풍석포제련소
석포면 주민 체내 카드뮴 농축량 국민 평균치보다 3.47배 높아
안동댐 붕어 체내 카드뮴, 임하댐 붕어 체내 카드뮴의 321배
영풍석포제련소 인근 토양, 준설과 정화 필요한 ‘매우 나쁨’ 수준
영풍그룹의 장관 등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무려 80%

 

“아프다 아프다”로 유명한 이타이이타이병(イタイイタイ病, Itai-itai disease)의 원인은 카드뮴(Cd) 중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에서 카드뮴 중독 의심환자가 집단 발생한 이후,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세계 3위, 국내 최대의 아연 제련업체인 영풍석포제련소 때문이다. 영풍석포제련소는 강원도 태백시와 경상북도 봉화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환경오염과 지역경제를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2013년부터 5년간 폐수 무단방류 등 48차례나 환경법을 위반한 영풍석포제련소와 석포면, 그리고 태백시를 다녀왔다.<편집자주>

<목차>
영남 젖줄 낙동강 중금속 오염 '초비상'
② '영풍공화국', 낙동강암살 반세기의 진실 
③ 존속이냐 폐쇄냐...결자해지는 '영풍공화국' 몫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1,300만 영남권 시민의 젖줄인 낙동강이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부터 카드뮴, 비소, 아연, 크롬 등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있지만, 환경부와 해당 군청인 봉화군청의 미온적인 대처 탓에, 환경단체와 지역 간 갈등 및 태백시ㆍ봉화군 석포면과 영남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일본 진즈강의 고통, 이타이이타이병

‘카드뮴에 의해 뼈 속 칼슘분이 녹아서 발생하는 신장장애와 골연화증’, 일본 후생성이 1968년 5월에 발표한 신종 공해병, ‘이타이이타이병’의 공식 명칭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진즈강 상류 고원천(高原川)에 위치한 미쓰이금속주식회사의 신강(神岡)광업소가 선광ㆍ정련 과정에 발생하는 폐수 및 다량의 카드뮴이 함유된 폐광석과 광물 찌꺼기를 무단방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진즈강 하류인 도야마현(富山縣) 신통천(神通川) 인근의 농작물과 어류, 식수가 오염됐고, 지역민들의 체내에도 카드뮴을 비롯한 다량의 중금속이 농축됐다.

이타이이타이병에 노출된 일본 도야마현(富山縣) 신통천(神通川) 인근 주민들(자료:mainichi/igem.org)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이타이이타이병에 노출된 일본 도야마현(富山縣) 신통천(神通川) 인근 주민들(자료:mainichi/igem.org)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체내에 농축된 카드뮴은 칼슘부족으로 인한 요통하지근육통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 고관절 개폐제한, 보행 장애, 다발성 병적 골절과 전신쇠약, 안면경련을 거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1912년 이 지역에 대량의 카드뮴 중독사건이 발생했지만, 1955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이후 1963년 첫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그 51년 동안 사망자만 100여 명(모두 여성)에 달했고, 이후 16년 동안 130여 명의 환자(65세 이상 90%, 3명 외에 모두 여성)가 추가로 발생해 그중 81명이 사망했다. 발병 시기는 20~30년 이전으로, 긴즈강 하류가 카드뮴에 오염된 시기와 일치한다.

이처럼 우려스러운 사태가 1300리 낙동강 물길의 발원지 태백 황지연못에서 불과 2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영풍, ㈜영풍문고, 고려아연주식회사 등을 거느린 국내 재계 순위 26위 영풍그룹의 주력사 중 한 곳인 영풍석포제련소가 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1300리 낙동강 물길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불과 22km 떨어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해 있고, 그 아래에 안동댐이 있다. 사진 자료는 최근 황지연못에 설치된 낙동강 물길 안내도 ⓒ스트레이트뉴스
영풍석포제련소는 1300리 낙동강 물길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불과 22km 떨어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해 있고, 그 아래에 안동댐이 있다. 사진 자료는 최근 황지연못에 설치된 낙동강 물길 안내도 ⓒ스트레이트뉴스
석포역에서 바라본 영풍석포제련소 제2제련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석포역에서 바라본 영풍석포제련소 제2제련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낙동강 최상류, 얼마나 오염됐나?

대구지방환경청과 경북도청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는 2013년부터 최근 5년 동안 대기 관련 26차례, 수질 관련 12차례, 유해화학 6차례, 폐기물 4차례 등 무려 48차례나 환경법을 위반했다. 40일에 한 번 꼴로 위반한 셈이다.

적발된 것만 이 정도이고, 그것도 2013년 이후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이미 아연 광산이 있었고, 환경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았던 1961년 대규모 개발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배출됐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제련소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2014년 석포리 아래쪽에 거주하는 봉화 주민들이 오염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2015년 11월, 환경부와 봉화군청은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조사를 의뢰했고, 산학협력단은 지난 22일 3년 동안 석포면 주민 중 38%인 771명을 대상으로 제련소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이 주민들에게 끼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풍석포제련소 제2제련소 최종 방류수 배출구. 4대강조사위원회가 퇴적토 시료를 채취해 중금속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이곳의 카드뮴(Cd)과 비소(As) 농축량은 국립환경과학원 예규에 규정된 오염평가 기준 상 ‘매우 나쁨’ 수준인 4등급으로 분류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영풍석포제련소 제2제련소 최종 방류수 배출구. 4대강조사위원회가 퇴적토 시료를 채취해 중금속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이곳의 카드뮴(Cd)과 비소(As) 농축량은 국립환경과학원 예규에 규정된 오염평가 기준 상 ‘매우 나쁨’ 수준인 4등급으로 분류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석포면 주민들의 요(소변)에 포함된 카드뮴 농도는 국민 평균인 0.38㎍/ℓ보다 3.47배 높은 1.32㎍/ℓ, 혈액 중 납 농도는 국민 평균인 1.94㎍/dL보다 2.09배 높은 4.05㎍/dL로 나타났다.

제련소 근무 경력이 있거나 제련소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주민일수록 농도가 짙게 나왔으며, 조사 대상 중 약 13%에 해당하는 99명의 주민은 ‘중금속 고농도자’로 분류됐다. 중금속이 체내에 쌓여 신장과 간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 주민도 100여 명에 달했다. 비염이나 결막염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 및 호흡기계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도 대조지역보다 높았다.

지난 23일, 안동환경운동연합(의장 김수동) 역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안동댐 및 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제련소 주변 낙동강변에서 채취한 토양을 분석한 결과, 치명적 독성을 가진 비소(As)가 환경 기준치인 50mg/kg의 3.52배인 176mg/kg이 나왔다.

서울환경연합 회원 43명과 함께 폐수 방류 현장을 찾은 신기선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 대책위원장(2018.11.24) ⓒ스트레이트뉴스
서울환경연합 회원 43명과 함께 폐수 방류 현장을 찾은 신기선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 대책위원장(2018.11.24) ⓒ스트레이트뉴스

안동환경연합은 안동댐과 임하댐에 서식하는 붕어의 중금속 오염실태 조사 결과도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안동댐 붕어의 내장에서 카드뮴 16.05mg/kg, 납 8.26mg/kg, 크롬 4.73mg/kg 등이 검출됐는데, 이는 임하댐 붕어 대비 각각 321배, 25배, 21배 높은 수치다. 안동댐 상류 낙동강에서 매년 물고기 폐사가 반복되는 이유가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다.

안동환경연합 김수동 의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안동호 퇴적물과 서식 생물의 체내에 중금속 함유량이 높은 이유는 낙동강 상류 지역에 있는 폐광산과 영풍석포제련소 때문이다. 낙동강 오염 실태에 대해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뮴과 비소, ‘매우 나쁨’ 수준

이에 앞서 4대강조사위원회(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낙동강내수면총연합회 등과 함께 지난 2016년 7월 발표한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조사 대상 지역 중 가장 상류인 제1제련소 인근의 수질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2제련소 앞에서 퇴적토 시료를 채취해 중금속 농도를 분석한 결과, 카드뮴(Cd)과 비소(As)가 각각 20.21mg/kg, 131.61mg/kg으로 국립환경과학원 예규에 규정된 오염평가 기준 상 ‘매우 나쁨’인 4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정도면 ‘준설 및 정화가 필요한 퇴적물’에 해당한다.

또한 제3공장 입구 옆 담장 주변 토양에서도 아연(Zn)이 임야지역 토양오염대책 기준인 1,800mg/kg을 훨씬 상회하는 2,561.5mg/kg(토양복원이 요구되는 수치)가 나와 제련소 인근 토양과 인접 낙동강 퇴적토가 카드뮴, 비소, 아연, 크롬과 같은 중금속으로 인해 심각한 오염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조사위원회(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선택한 분석지점(2016.07.28)(자료:4대강조사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
4대강조사위원회(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선택한 분석지점(2016.07.28)(자료:4대강조사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

제련소 인근의 토양 오염과 관련, 4대강조사위원회 단장을 맡았던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환경 조사는 4대강 중 낙동강 퇴적토 조사와 관련해 상류의 환경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발원지에서 25km도 떨어지지 않은 최상류 퇴적토의 중금속 농도는 참담하다. 토양복원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오염가능구간에 대한 정밀토양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피아’, 정치권의 이유 있는 의혹 제기

영풍석포제련소의 수질 및 대기 오염 문제는 국정감사 단골 메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지난 10월 25일 열린 환경부 본부 국정감사에서 오염실태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 반경 4km 내 448개 지점 중 344개 지점의 토양에서 우려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낙동강 상류 5km 지점 퇴적물에서는 카드뮴 등 중금속 6종이 ‘나쁨’ 등급, 하류 100km에 위치한 안동호 퇴적물에서는 카드뮴이 ‘매우 나쁨’ 등급으로 조사됐다.

국정감사 도중 질의하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자료:kmib)
국정감사 도중 질의하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자료:kmib)

이와 관련, 강효상 의원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지낸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영풍석포제련소에서 2년 동안 부사장을 역임한 사례를 들면서 “느슨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 뒤에는 뒤를 봐주는 ‘환피아’가 있다. 중대 환경 위반행위가 반복될 경우, 공장 폐쇄나 허가 취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보수 정당 인사로는 드물게 “허가 취소”까지 주장하며 환경단체들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나서자, 국회 환노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티가 나도 많이 나는 지역정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강 의원은 대표적인 친홍계 의원으로 홍준표 대표 시절 비서실장까지 지내는 동안 영풍석포제련소나 주변 환경오염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았지만,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 되면서 ‘경북의 환경론자’로 변신했다는 시선을 받고 있어서다.

“환피아가 있다”는 강 의원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30대 기업이 채용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43%인데 비해 영풍그룹은 무려 80%에 달한다. 영풍그룹이 그동안 임명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는 전직 대구지방환경청장 외에도, 환경부장관,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실이나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에서 근무한 고위 공직자들이 포함된다. 전직 관료를 매개로 한 민관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 역시 환경부(환경공단)가 2015년 수행한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보고서’를 분석한 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영풍 봐주기를 한 것이다. 석포제련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며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이렇게 많은데도 환경오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 부처와 기업이 사외이사를 통해 결탁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KBS 1TV는 오는 30일 밤 10시 50분, 추적60분<낙동강 미스터리 48년 영풍공화국의 진실> 편에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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