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황창규 회장이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마포구 KT 아현지사에서 황창규 회장이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정은기자] KT 아현지사 빌딩 화재로 일대 통신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KT아현지사 회선을 사용하는 서대문구 등 5개 지역 일반 상가에서는 현재 유·무선 전화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되지 않아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치안과 의료시설은 물론 카드, ATM 등 서비스도 복구되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KT와 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3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2시30분쯤 불길이 잡혔다. 그렇지만 통신망 복구는 하루가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25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은 97%가 복구됐지만 무선 복구율은 6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아현지사 회선을 쓰는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중구 등 5개구 지역에 걸쳐 KT 이동전화와 인터넷, 유선전화, IPTV가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KT통신망을 주로 이용하는 카드단말기기 마비돼 상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번 KT 통신망 마비 사태의 원인으로 방재시설 미비를 비롯해 백업 시스템 부재와 비용 절감에 따른 인력 감축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는 스프링클러 없이 소화기 1대만 배치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 소방법은 지하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이고 수도·전기·가스 등이 집중된 '공동 지하구'라면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소화기 등 연소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통신망과 광케이블 등 통신설비만 설치된 '단일 통신구'이고, 길이도 150m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업 시스템 부재가 통신망 마비에 따른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아현지사는 전국의 주요 통신국사 가운데 D등급으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국사는 전국망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정부가 A, B, C, D 등 4개 등급으로 나눈다. A∼C등급은 통신망 손상 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이원화돼 있지만 D등급은 의무조항이 없다. 전국 56개 통신국사 중 D 등급 국사는 27곳. 사실상 D등급 국사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통신 마비 사태가 불가피한 것이다.. 

일각에선 KT가 최근 비용 절감에 나서며 인력을 감축한 점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전국민주동지회는 성명을 통해 "민영화 이후 KT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에는 지점별로 분산돼 있는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으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통신망을 집중하며 통신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5개구 지역의 회선이 집중된 아현지점이지만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며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업무를 모조리 외주화한 것도 신속한 피해복구를 어렵게 했다. 초기 대응의 문제, 화재시 백업 대책 부재, 피해복구 지연 등 안정성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비용 절감에만 급급한 황창규 회장의 경영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이 '전기 문제'일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1차 감식 결과 지하 1층 통신구 약 79m 가량이 소실됐다.

통신구는 통신 케이블을 집중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4m 이상 깊이 지하에 설치된 구조물이다. 이번 화재는 서부역에서 신촌기차역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신실의 통신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구에는 전화선(유선) 16만8000 회선, 광케이블 220조가 설치됐다. 조는 케이블을 세는 단위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광케이블과 통신선로만 설치됐으며 인화물질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또 현장에는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화재가 전기 문제로 일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KT 측은 "통신구에 소공간자동소화장치는 설치돼있지 않았다. 서비스가 복구되는대로 내부 상황을 추가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명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26일 오전부터 2차 정밀 합동감식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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