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4월 금감원에서 감리를 시작한 이후 1년 7개월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데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 처리한 것은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어 쉽게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증선위가 내린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정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파문을 안겨줬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논의한 토론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남긴 교훈과 과제(계명대 손혁 교수)'의 발제글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맺은 이면계약을 공시하지 않은 점과 2015년 지배력 상실에 따른 지분법 회계처리 및 수준 3을 이용한 공정가치 평가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국제회계 기준에 따른 회계처리를 수행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따라서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누락 및 회계처리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몇몇 언론에 의해 2018년 11월 초부터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이 언급되기 시작했으며, 2018년 11월 7일 박용진 의원은 내부문건 전부를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 미래전략실 간 이메일 등 내부문건은 콜옵션 이면계약의 미공시와 지분법 회계처리 및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으며, 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내부문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제보된 것으로 추정되며,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문건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가치가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및 동 기업의 주가변화에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이문영과 김범준(2017)은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제보된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 일부
제보된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 일부

실제로 내부문건은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가치평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과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명기했다. 또한 삼성바이오 가치의 고평가 여부에 따라 발생한 영업권(goodwill)의 인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염가매수차익을 상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둘째, 내부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관련 콜옵션 부채인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즉 콜옵션 부채를 인식함으로써 회사는 자본잠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으며, 자본잠식 시 부채계약(debt covenant)으로 인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2015년 11월 문건에 언급하고 있다.

셋째,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방안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논의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콜옵션 부채인식에 따른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여러 대안을 외부감사인을 비롯한 big4 회계법인과 논의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와 미래전략실 간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에서는 자본잠식을 해결할 3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1월 18일 내부문건을 통해 심도 있는 분석을 실시한다. 먼저 콜옵션부채 인식 후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이 발생하며, 이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손실을 각각 계산했다. 그 다음 <표1>의 1안과 2안에 대해(3안은 기각) 상세한 분석을 실시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가 실제로 수행한 회계처리는 2안이었다. 1안의 경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일부지분 매입 및 에피스의 후속제품 마케팅협력계약 등에 대한 협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며, 연내 바이오젠이 동의할지 여부도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행한 지분법 회계처리 및 공정가치 평가는 콜옵션부채 인식에 따른 자본잠식에 대한 방어수단이었으며,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내부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업의 감추어진 의도(hidden intention)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해당 수치와 대안들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외부감사인 및 회계법인과 긴밀히 협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문건에 나와 있는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3가지 대안(2015.11.10.)
내부문건에 나와 있는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3가지 대안(2015.11.10.)

규제당국의 조치는?

금융감독원은 2015년 지배력의 상실과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회계처리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2017년 4월 삼성바이오에 대해 감리에 착수했으며, 2018년 5월 1일 삼성바이오에 대한 고의적 분식이 있다고 보고 사전조치안을 삼성바이오에 통보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내 감리위원회가 개최되었으며, 감리위원회의 의견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전달되었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12일 해당 사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조치안을 수정하도록 요청했다. 즉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의 2015년의 회계처리 외에도 2015년 이전에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회계처리 및 공시누락에 대한 사안을 금융감독원에게 살펴보도록 요청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재감리에 곧바로 착수하여 증권선물위원회에 재감리 안건을 상정했다. 금융감독원의 재감리에 반영된 내부문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11월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첫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협력사인 미국의 바이오젠과 공동지배를 수행하고 있으면서 이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공시하지 않았고 해당 콜옵션부채를 인식하지 않았다. 둘째, 2015년 삼성바이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공정가치 평가를 수행하여 인식한 약 4조 5000억원은 콜옵션부채를 인식함에 따른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고의적 분식회계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위 조치로 삼성바이오에 대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공동지배에 대한 회계공시누락에 대한 과실 및 중과실, 2015년의 지분법 공정가치 평가에 대해 고의임을 결정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으며 해당 사항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주식거래가 정지되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해 5년간 감사업무를 제한하고 1억 7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회계사 4명에 대해 직무정지를 건의했다. 또한 안진회계법인은 당해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정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응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처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바이오는 홈페이지에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 및 국제회계기준 회계처리에 대한 FAQ를 공시했다. 해당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바이오는 관계사로 변경한 회계처리가 삼정, 삼일,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을 받은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16년 상장 시 한국공인회계사회나 금융감독원에 해당 사항에 대해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1차 감리와 재감리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즉 처음에는 2015년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재감리에서는 지분법을 설립시점부터 유지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2015년 이전까지는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2015년에 에피스 개발제품이 판매허가를 받아 콜옵션이 깊은 내가격에 들어서면서 지배-종속관계가 풀렸음을 강조했다.

셋째,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과 논의한 것은 중요한 회계이슈의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이며, 내부문건은 검토수준의 문건에 불과하며 대안의 선택은 회계법인의 권유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넷째, 유가증권 상장은 정상적인 상장요건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나스닥으로 상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장을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섯째, 2015년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은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상 문제일 뿐이지 삼성바이오는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회계처리 했으며, 본질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이 없으므로 기존의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행정소송을 수행할 뜻을 보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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