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중무역전쟁, 휴전이라고?…끝없는 기술패권 본격 돌입
[이슈&] 미중무역전쟁, 휴전이라고?…끝없는 기술패권 본격 돌입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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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1월 이후 추가관세 부과 없다”는 데 합의
무역전쟁 휴전 들어간 가운데 입장차 좁혀진 징후는 없어
무역전쟁 핵심은 무역수지 개선 아닌 G2간 기술패권 다툼
오바마부터 트럼프로 이어진 중국제조2025에 대한 수성전
시주석・중국 관영매체, 중국제조2025 미중협상 배제 주장
본격 기술패권, 반도체 전쟁으로 옮아가는 미중무역전쟁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이 확전 대신 휴전으로 기울면서 일단 고비를 넘긴 가운데, 관세를 두고 맞붙던 무역전쟁의 양상이 기술패권을 둘러싼 반도체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일(현지시간) 팔라시오 두아우 하이야트 호텔에서 2시간 30여 분 동안 업무만찬을 갖고 “오는 1월 1일 이후 추가 관세는 없다”는 데 합의했다.

로이터(Reuters), AFP, CCTV 등 외신들은 양 정상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 대해 확전 대신 휴전이라는 합의점에 근접했다면서 업무만찬에 배석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미국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해 11월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이번 회담은 양국이 각각 상대국 제품 2,500억 달러어치와 1,1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한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회담 이전부터 실리적인 타협점을 찾거나 휴전을 선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미일정상회담 석상에서 미중회담에 대해 “좋은 징후들이 좀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시진핑 주석은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시장지향적 개혁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며 수입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양국의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됐음을 암시했다.

회담에 앞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중 양국 경제팀은 지난달 1일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려고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했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업무만찬이 성공적이지 않으면 매우 놀랄 것이다. 양 정상 사이에 긍정적인 느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 경제팀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에 도달할 경우 대화를 진전시킬 다음 협상 자리를 이미 마련해두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가 30여 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12일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양 정상의 이번 합의가 무역전쟁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오는 1월 1일로 예정된 추가관세 부과 시점을 내년 봄으로 잠시 미뤘을 뿐 현재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양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는 징후가 없는 가운데 나온 “단지 대화를 계속하자”는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측은 중국이 회담 이전에 보낸 타협안에 대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중국 또한 미국의 거듭되는 일방적 요구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12월 1일)에 실린 ‘반도체 전쟁: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 기사의 헤드라인(자료:economist)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12월 1일)에 실린 ‘반도체 전쟁: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 기사의 헤드라인(자료:economist)

그런 가운데, 미중무역전쟁의 전선이 관세에서 반도체로 옮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12월 1일자 최신호에 실린 ‘반도체 전쟁: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Silicon Supremacy)’에서 “미중 간 무역분쟁의 핵심은 인공지능(AI)부터 인터넷 장비에 이르는 모든 기술의 패권”이라며 기술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전선으로 반도체산업을 지목했다.

이런 전망은 미중 간 무역전쟁의 핵심이 무역수지 개선이 아니라 기술패권 다툼이라는 기존의 분석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중무역전쟁의 핵심이 기술패권 다툼이라는 분석의 출발점은 지난 2015년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시한 3단계 거시 산업고도화 전략,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다.

이 전략의 목표는 2025년까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한국과 같은 글로벌 제조 강국에 진입한 후, 2035년까지 글로벌 제조 강국 중 중간 수준으로 올라서고, 2045년에 세계 1등 제조국이 되는 것이다.

중국제조는 5대 프로젝트와 10대 전략사업이이 골자다. 5대 프로제트는  △공업기초강화 △친환경제조 △고도기술장비혁신 △스마트제조업육성 △국가제조업혁신센터구축 등이며 10대 전략사업은 ▲해양장비, ▲선진궤도교통장비, ▲에너지절감・신에너지자동차, ▲신소재, ▲전력장비, ▲생물의약/고성능의료기계, ▲고정밀수치제어기/로봇, ▲차세대정보기술(IT), ▲항공우주장비, ▲농업기계장비 등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세계 최강국 미국을 능가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불안감을 가질 만하다.

중국 STPI(國家實騈硏究院)가 정리한 중국제조 2025의 10대 전략사업(자료:STPI) ⓒ스트레이트뉴스
중국 STPI(國家實騈硏究院)가 정리한 중국제조 2025의 10대 전략사업(자료:STPI) ⓒ스트레이트뉴스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자마자, 미국은 즉각적인 수성작전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텔사의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의 푸젠그랜드칩사가 독일 아익스트론사 산하 미국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려는 것도 좌절시켰으며, 퇴임 직전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와 수출보조금 지원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올해 3월 중국 자본이 투입된 브로드컴사(싱가포르 소재)의 미국 퀄컴사 인수를 무산시켰고, 4월에는 대북,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한 후 벌금 14억 달러와 경영진 교체 등의 조건 하에 제재를 철회했으며,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와 미국 기업들 간의 거래도 끊어버렸다.

또한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500억 달러 규모 고율 관세’ 목록에는 중국제조 2025에 명시된 10대 전략산업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이들 품목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제조 2025를 “미국과 많은 다른 국가들의 성장을 해칠 신흥 첨단기술산업 지배계획”으로 규정했다.

중국제조 2025 성패의 핵심 열쇠 반도체(자료:asiatimes) ⓒ스트레이트뉴스
중국제조 2025 성패의 핵심 열쇠 반도체(자료:asiatimes) ⓒ스트레이트뉴스

미국이 강력한 수성작전에 돌입하자, 중국은 난감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중국제조 2025의 성공을 담보할 핵심기술이 반도체인데, 반도체시장은 미국과 한국, 대만 등이 지배하고 있으며, 세계 15대 반도체 기업 목록에 중국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덩달아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시진핑 주석의 행보도 빨라졌다. ZTE 사태 이후인 지난 5월, 시 주석은 1,3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합동연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핵심기술 확보를 강력히 요청했다.

“(ZTE 사태)라는 현실에서 증명된 것처럼, 핵심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살 수도, 구걸할 수도 없다. 핵심기술을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안전, 국가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하고 혁신과 발전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노력해 달라.”

중국 언론의 보도는 시진핑 주석보다 더 직접적이다. CCTV,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 축소와 수입 증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제한해 중국의 발전을 억누르려 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제조 2025는 미중 간 협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만나 미중무역전쟁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시간을 내년 봄으로 잠시 미뤄뒀을 뿐, 따라잡으려는 중국과 수성전에 나선 미국의 본심만 재확인했다. 고율의 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전쟁이 G2 간의 본격적인 반도체 전쟁, 기술패권을 위한 전쟁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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