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포커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4〉
[스트레이트 포커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4〉
  • 손혁(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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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4월 금감원에서 감리를 시작한 이후 1년 7개월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데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 처리한 것은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어 쉽게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증선위가 내린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정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파문을 안겨줬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논의한 토론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남긴 교훈과 과제(계명대 손혁 교수)'의 발제글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통해 가장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 회계처리에 대한 프로세스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외부감사인이 회계처리의 대안과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자유수임제 하에서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제도를 반영했다.

특히 규제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2018년 외감법의 전면 개정으로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 격상, 6+3 감사인지정제도, 지정제도의 확대 등 감사인의 독립성을 개선할 많은 제도들이 포함되었다. 회계개혁법안은 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 입장에서 많은 수익을 제공한 도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외부감사인이 여전히 기업과 유착하여 재무보고의 신뢰성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힘들게 제정한 회계개혁법안의 근본적 취지는 사라지고 기대를 저버린 외부감사인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과거처럼 감사보수의 하락을 유발하고 결국 감사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감사인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자신의 적격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감사인은 감사보고서에 재무제표를 제거하고 감사업무 수행과정, 내부감시기구와의 협의, 경영자와의 의견불일치에 대한 조정, 감사투입시간의 사용 등을 보다 정교하게 공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는 사업보고서에 제시되어 있으므로, 결국 감사업무의 결과치인 재무제표 보다는 감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감사보고서에 상세히 공시할 필요가 있다.

악순환의 수레바퀴: 우리나라 감사시장
악순환의 수레바퀴: 우리나라 감사시장

둘째, 감사인 선임과정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외감법 개정을 통해 감사인 선임주체가 감사 및 감사위원회로 명시되었으나, 아직도 경영진 등의 압력으로 인해 감사인 선임에 대한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소수주주나 노동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선임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으며, 감사인을 선임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독립성 있는 감사인이 선임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social ties)가 반영되지 않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부감사인은 철저하게 회사의 내부감시기구와 회계처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물론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요하지만 회계처리에 대한 협의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와 같은 내부감시기구와 협의함으로써 회계처리에 대한 독립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외부감사인 선임과정에서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경로
외부감사인 선임과정에서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경로

규제기관의 역할제고와 내부고발자의 보호

규제기관은 회계부정을 예방, 적발하는 권위 있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 하의 회계부정을 예방, 적발하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이나 수사권 등이 부여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이들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기관의 감리 인원 증대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의 감리는 표본감리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극소수의 감리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회계투명성의 제고를 위해서는 감리인원을 확충하고 빈번한 감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고의적인 분식으로 결정된 계기는 내부문건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정보 제공 이었다.

실제로 월드콤 등 대형 회계부정사건의 상당수가 내부고발자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관계와 배경을 관계와 배경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내부고발자의 불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외감법의 개정으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등 몇 가지 사항이 반영되었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의 역할과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내부고발자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인식 전환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기관투자자 및 대주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편향성, 정보비대칭의 상황에서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약자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액주주의 상당수는 투자의사결정의 수단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한다기 보다는 기술적 분석이나 공시에 초점을 둔다. 또한 단타를 중심으로 하는 차익실현자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내부의 회계현안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도 인식을 전환하여 장기적 투자를 바탕으로 함으로써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액주주 외에도 소비자들도 회사 내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감사위원회 선임, 노동이사제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인 입법주체와 감시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 즉 IMD에서 평가한 회계투명성 분야에서 2016년 61개국중 61위, 2017년 63개국 중 63위이다. 2010년 이전에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순위는 국제회계기준이 도입한 2011년 이후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제회계기준은 원칙중심의 회계처리이며, 기업의 실질을 보고할 수 있는 회계처리를 경영자의 재량권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용인될 수준의 재량권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경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마음대로 남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도 기업이 의도를 갖지 않고 과정을 공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했다면 금융감독원이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다.

IMD의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평가순위
IMD의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평가순위

IMD의 조사는 설문조사이므로 경영자, 감사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국제회계기준의 원칙 중심의 회계 하에서 경영자가 재량적인 회계선택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제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원칙 중심의 회계가 죄인은 아니다. 원칙 중심이란 기업이 자신의 실질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회계처리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공시를 한다면 설령 회계기준이 없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점점 급변하는 자본시장과 다양한 거래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 보여준 내부문건처럼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상장을 하기 위해,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그 의도는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경영자의 재량권을 넘어선 부분이 될 것이며, 따라서 본 사건은 국제회계기준에서 제공하는 원칙중심의 개념을 넘어서는 재량권의 남용을 분별한 중요한 첫 사례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회계환경과 제도적 정비 및 구성원의 인식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회계기준은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벗기는 어렵다. 즉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도적 정비와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동시에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한 경영자와 이를 묵인, 협조한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교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대책을 낳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도 학연이나 지연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선임한다. 따라서 회계부정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다양한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법을 제정했으면 가급적 예외수단을 두지 못하게 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회계기준, 제도와 빠져나갈 구멍
회계기준, 제도와 빠져나갈 구멍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기업에게도, 이해관계자에게도 비극이다. 국제회계기준이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한 기업과 충실한 조력자였던 외부감사인 및 회계법인, 고의적 회계처리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은 내부감시기구 및 이해관계자들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중요한 투자의사결정수단인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깨진다면 부정과 사기가 판치는 레몬마켓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분식회계 선진국으로서 자본시장의 선두국가인 미국보다 규모가 더 큰 회계부정사건이 다수 존재했다. 심지어는 1997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회계부정이 지적될 정도였으나, 지금 약 20년이 지난 상황에도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사건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회계업계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투자자, 규제당국, 회계업계 등 모든 부분이 변화해야 한다. 물론 2018년 11월부터 외감법 개정이 되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반성과 지 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top-down이 아닌 bottom-up 형태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항을 보면 물고기보다는 배경을 더 세밀하게 그린다. 그 이유는 관계에 대한 조화를 중요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능력이 있거나, 튀거나, 반대하거나, 내부고발자 등은 수천년 동안 불행하게 살아왔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서 학연과 지연 등 관계의 과다한 신뢰성을 버리고 지금까지 배척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결과위주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고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수많은 분식회계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수치라는 결과만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회계처리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며, 적자가 나고 실패하더라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셋째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자본이 집중 육성되어 나타난 대기업의 오너와 자손들이 실질적 경영자이다. 따라서 기업을 공개하더라도 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이너서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회계감사나 내부감시기구가 무력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내부감시기구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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