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오늘 나란히 구속 갈림길에 섰다. 사법부 70년 역사상 전직 대법관이 구속 심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박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같은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 심리를 시작했다. 구속 여부 결정은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모두 발부되는 경우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들이 밝혀졌음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 정치적 중립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대한 헌법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범죄 혐의 역시 구속 수사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구속된다면 사법농단 수사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미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상태다.

둘 중 1명의 대법관만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이 연루된 각종 사법농단 범행의 방식이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혐의 소명 정도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다. 심사를 맡은 각각의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은 영장이 발부된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지고, 기각된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장급 법관이나 실무부서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되 다른 혐의는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전직 대법관 모두 구속되지 않게 된다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무진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 '연결고리'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지체될 수 있어서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 구속 이후 연일 집중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이후에도 같은 수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둘 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가 더뎌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법원도 '방탄 법원' 불명예를 다시 입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10건 중 9건 기각했고, 사법농단 수사 첫 구속영장 대상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 분량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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