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된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전-현직 미 대통령 부부가 고인의 장남인 조지 W.부시 전 미 대통령의 추모 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부부, 버락 오바마 부부, 빌 클린터 부부, 지미 카터  부부.
5일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된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전-현직 미 대통령 부부가 고인의 장남인 조지 W.부시 전 미 대통령의 추모 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부부, 버락 오바마 부부, 빌 클린터 부부, 지미 카터 부부.

미국 전·현직 대통령 부부 8명이 당파를 떠나 한 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고 떠난 부시 전 대통령의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인가.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시 전 대통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날 장례식은 여느 장례식과 달리 고인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유머로 가득 찬 추도사가 이어졌다.

‘천개의 불빛중 가장 밝았다’는 찬사가 나왔지만, 미음을 잊고 슬픔 속에서 핀 웃음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인은 농담을 좋아했지만 농담 핵심을 늘 까먹더라”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은 부시의 평생 친구였다.

심슨 전 의원은 추도사에서 “그는 좋은 농담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치명적 결점은 농담의 핵심 구절을 항상 까먹었다”고 회고해 장례식장을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부시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유머를 잃지 않았고, 결코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다”며 “증오는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을 좀 먹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방금 깨달았다. 작은 나라일수록 연설이 길더군”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도 재임 중 부시의 농담을 소개했다.

“첫 나토 정상회의에서 부시는 다른 정상들의 연설을 메모했는데 아이슬란드 총리가 우쭐해 자기 연설 시간을 넘겨 길게 연설했다. 그러자 부시는 휴식 시간에 ‘방금 국제 문제의 법칙 하나를 깨달았다. 작은 나라일수록 연설이 길다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완벽했지만 브로콜리 못 먹는 유전자 물려받아”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나는 언젠가 사람은 최대한 늦게, 젊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농담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85세에 보트로 대서양을 나를 듯 달려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따돌렸고 90세엔 스카이 다이빙을 했고, 병석에서도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몰래 가져온 그레이 구스 보드카를 마시는 큰 기쁨을 누렸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인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말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도우미견이었던 실리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내 로툰다 홀에 안치된 전 주인의 관 앞에 누워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도우미견이었던 실리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내 로툰다 홀에 안치된 전 주인의 관 앞에 누워 있다.

 

“부시보다 도우미견 설리가 더 유명하던데...”

부시 전 대통령의 목사인 러셀 레빈슨 목사는 “최근 며칠 부시 대통령보다 설리가 언론을 많이 나오고 인기가 있었다”는 농담을 했다.

파킨슨병을 앓아 휠체어에 의지했던 부시 대통령을 위해 물건도 물어다 준 두 살배기 래브라도 리트리버 설리가 대통령의 관 앞을 지키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부시는 그렇게 아내와 네살 때 백혈병으로 잃은 딸 곁으로 먼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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