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br>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국회는 올해도 헌법 제 54조 제 2항을 지키지 않았다. 관련 조항을 보면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과 관련하여 국회가 헌법에 규정한 의무를 지킨 해는 2000년대 들어 손꼽을 정도로 적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선거와 관련한 것은 선거가 임박해서야 겨우 개정하면서 내용도 부실하거나 헌법 취지에 어긋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국회도 적폐 청산대상인데, 국회와 국회의원이 잘못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헌법과 법률에 정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가 대표적이다. 특활비와 정치자금의 개인용도 사용, 영수증 이중 제출, 채용 압력 행사, 음주운전 등은 귀여운 정도에 속한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한다. 죄송하다고 사과할 때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니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을 놀리는 것이다.

둘째,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이 제기된 법률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헌법에 위반되지만 법질서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일정기간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일정을 제시하고 입법자인 국회에 개선입법을 요구하지만 국회는 일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셋째,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 예를 들면, 박용진의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난 사립유치원 비리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공분을 샀으나, 일부 유치원 단체의 압력과 저항이 심해지자 국회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용진의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비리 유치원장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국회의원들이 저지하고 있어 입법은 어려워 보인다. 소위 ‘윤창호법’도 마찬가지다. 윤창호씨가 음주운전 피해로 사경을 헤매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국회도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자 이러 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었다. 이용주의원의 살신성인이 없었다면 ‘윤창호법’ 입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안인 선거제도 개편도 마찬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국리민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다수당에 의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합의문을 돌아가면서 읽고 난 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18.11.21[캡처사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합의문을 돌아가면서 읽고 난 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18.11.21[캡처사진]

그 외에도 국회와 국회의원의 적폐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답답한 것은 국회가 저지르는 적폐를 해결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 국회의원이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도 불체포특권을 앞세워 피해나간다.

결국 해결책은 국회가 독점하는 입법권을 나누는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률에 의해서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인 권력이 입법권이다. 그런데 입법권은 국회가 독점하고 있다. 국회나 국회의원의 잘못을 제재하려면 법률로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법률을 국회는 만들지 않으며, 행정부나 사법부는 입법권이 없다. 그렇다고 행정부나 사법부에 입법권을 나눠줄 수는 없다. 그래서 입법권을 주권자인 국민도 가져야 한다.

국민이 입법권을 갖는 방법은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국민이 헌법개정안과 법률안을 발의하고 국민이 발의한 헌법개정안과 법률안은 국회 의결이 아닌 국민투표로 가부를 정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에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된 이후 개헌 논의는 없으나,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대통령은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가 들어간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와 국회의원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길이며, 촛불정신을 제도로 만드는 것이고 촛불에 의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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