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가지기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가지기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의 민간·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지난 19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에 인도지원을 명분으로 제재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그간 막혀있던 북미대화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건 대표의 이번 언급은 지난달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일정 문제로 연기된 이후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는 등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미국인 방북을 통해 유인책을 제시한 것것이라는 평가다. 인도적 목적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대북 교류와 관련한 제재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고 맞서 북측의 불만이 커졌다. 북측은 이를 이유로 들어 미국의 실무회담과 고위급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미가 제재 완화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유화 카드를 내밀어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에 모멘텀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거론한 미국의 비핵화 상응조치 중 하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상응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를 완화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문화예술단 교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꼽았다.

물론 북한이 바라는 경제 건설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미국이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다가 인도적 목적 지원은 예외를 고려한다는 것은 진전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책 운용에 따라 대북제재 예외의 문턱은 더 낮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미국이 보낸 대화 신호에 북한이 내놓을 반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제재를 지속하는 한편으로 문턱을 낮춘다는 입장인 만큼, 북한도 회담 테이블에 나와서 제재 완화 타이밍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나오고 있어 계속 대화를 지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북미 교착상태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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