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인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혐의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됐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08~2009년 시기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13년 제보건부터 다시 조사를 시작했고 이번에 두 번째 제재를 하게 됐다.

공정위는 26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하도급법상 과징금으로 108억원은 역대 최고액 수준으로, 지난 2008년 삼성전자가 받은 116억원이 현재 최고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사내협력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선박 제조 등을 위탁했는데, 작업 착수 전까진 하도급계약서 서면을 발급해주지 않는 수법을 썼다. 이로 인해 작업 착수 뒤에 발생하는 수정·추가 공사에선 일방적으로 적은 대금을 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통상 해양플랜트는 일반 상선과 달라 표준화가 어렵고 건조 경험도 적어 제조과정에서 수정·추가 공사가 자주 대규모로 발생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렇게 '선작업, 후계약' 원칙을 지켜가면서 하도급업체들을 압박했다. 하도급업체들은 작업수량이나 대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단 공사를 했고, 일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토록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들과 시수(時數·작업 시간) 계약을 맺는데, 이 역시 엉터리로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시수계약 방식으로 했을 때 하도급대금은 물량의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뜻하는 시수에 임률(임금률)을 곱해 산정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객관적인 시수 산출에 필요한 표준원단위(품셈표)를 쓰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대신 시수 산출 기준으로 삼은 건 '자사의 예산 사정'이었다. 박종배 공정위 부산사무소장은 "객관적 기준 없이 그때그때 예산이 허용되면 시수를 조금 더 쳐주는 식이었다"고 했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하도급업체들은 계약서도 없이, 기성시수가 무엇에 근거해 산출됐는지도 모른 채 대우조선이 가져온 정산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수정·추가 작업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것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적기도 했다. 당시는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절벽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우조선도 자금난과 구조조정에 시달리던 때다.

이 하도급업체들이 수정·추가 작업을 한 시간 중에서 기성시수로 인정된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통상 이런 공사라면 작업시간의 70% 이상이 기성시수로 인정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 외에 대우조선해양은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에선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설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도급업체의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계약조건을 두기도 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하고 있는 다른 조선업체들에 대해서도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대우조선 외에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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