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경선 룰 이달 17일 전국위원회에서 결정
행보 빨라지는 당권주자들, 공천학살 재연 우려
지도체제,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 조정이 관건
친박 대표 선출 시 국민적 반감 직면할 수 있어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일시와 장소가 내달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로 잠정 결정됨에 따라 ‘공천학살권’을 두고 벌어질 친박과 비박 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당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일자와 장소만 정해졌을 뿐, 지도체제와 투표방식 등 경선 룰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비상대책위원회 의결과 연찬회(16일)를 거쳐 17일 잇달아 열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경선 룰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전쟁 시작하는 친박과 비박

홍준표 전 대표가 6・13지방선거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온 한국당이 8개월 만에 새 지도부를 꾸린다. 김병준 비대위장 체재 아래 잠복해 있던 친박과 비박, 잔류파와 복당파의 다툼이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병준 비대위장이 발언하고 있다(2019.01.07)(자료:자유한국당) ⓒ스트레이트뉴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병준 비대위장이 발언하고 있다(2019.01.07)(자료:자유한국당) ⓒ스트레이트뉴스

관건은 2020년 4월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당 대표 선거다. 당 대표를 배출하지 못한 계파는 공천학살에 희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12월 15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국정 실패, 바른정당 분당, 6・13지선 패배 등의 책임을 물어 현역 의원 21명에 대해 당협위원장직 박탈 및 향후 공모 배제 조치를 단행했다.

친박계에서는 윤상현, 최경환, 정종섭, 홍문종, 원유철, 이완영, 김재원, 곽상도, 윤상직, 김정훈, 엄용수, 이우현 의원 등 12명이 희생됐고, 비박계에서는 김무성, 김용태, 권성동, 황영철, 이군현, 홍문표, 이종구, 홍일표, 이은재 의원 등 9명이 포함됐다.

홍문종 의원 등 극히 일부 의원들이 볼멘소리를 냈을 뿐, 강한 반발은 없었다. 차기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해득실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의원들의 원성은 전당대회 직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임 대표의 계파색에 목숨이 달려 있어서다. 만약 신임 대표가 당내 화합을 외치며 반대계파에 대한 공천학살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계파 갈등에 따른 분열의 위험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한다. 이는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박과 비박이 이번 전당대회에 죽기 살기로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내 인사로 모이는 당권 주자 예측

현역 당권주자로는 정우택(4선, 충북 청주 상당구), 김성태(3선, 서울 강서을), 정진석(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심재철(5선, 경기 안양 동안구을), 주호영(4선, 대구 수성을), 김진태(2선, 강원 춘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입장하는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2018.12.27)(자료:자유한국당) ⓒ스트레이트뉴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입장하는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2018.12.27)(자료:자유한국당) ⓒ스트레이트뉴스

이중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의원을 도왔던 정우택 의원과 지방선거 당시 TK(대구・경북) 지역 유일 당선자였던 주호영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심재철 의원도 출마로 굳어지고 있고, 정진석, 김성태 의원은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황교안 전 총리도 거론되지만, 김 전 지사의 경우 ‘진로 고민’ 수준에 머물러 있고, 홍 전 대표와 황 전 총리는 ‘대선 직행’ 쪽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갈등 재연 소지 큰 전당대회 룰

전당대회 룰과 관련된 쟁점은 ▲지도체제,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 ▲모바일투표 도입 여부 등 세 가지다.

① 지도체제: 단일인가 집단인가?

한국당은 2008년 도입했던 집단지도체제를 2017년 7월 전당대회부터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장단점이 있다.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계파 갈등 탓에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단일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협의만 하면 된다. 홍준표 전 대표 사례에서 보듯,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대표의 강력한 권한으로 인해 독단에 빠지기 쉽다.

최고위원 선출 방식도 다르다. 단일지도체제일 경우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따로 치르지만, 집단지도체제일 경우 한 번의 경선을 통해 최다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득표순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된다.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홍 전 대표의 사례를 들어 집단지도체제로 환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②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은?

한국당은 2014년(7월)과 2016년(8월), 2017년(7월) 전당대회 당시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 룰을 적용한 바 있다. 당내 위상이 높은 후보는 당원투표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하고,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여론조사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정우택 의원이나 정진석 의원의 경우,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려 할 수 있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이른바 ‘태극기부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은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려 할 수 있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경우, 기존의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 룰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③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는?

당원들만 투표할 것인지 모바일 투표를 도입할 것인지도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2012년 여론조사와 함께 모바일 투표가 전당대회에 도입된 적이 있다. 그러나 청년층의 참여가 활발한 반면, 중장년층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후 폐기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김진태 의원 등 비교적 젊은 주자들이 모바일 투표 도입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당내 상황은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에 성공한 친박이 앞서나가고, 비박이 반격을 위한 세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의 화두는 ‘문재인 정권 견제’가 아니다. 친박과 진박 모두 주장할 사안이라서다.

결국 당 대표 경선의 향배는 당심 및 중도층을 유인할 수 있는 ‘대안 제시’와 반대 계파를 끌어안아 당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묘수’가 가를 전망이다.

다만, 친박, 그중 특히 국민들로 하여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진박 주자가 당권을 장악한다면, 상당한 국민적 반감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차기 총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내달 27일까지 공세를 퍼부을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분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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