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방중 일정 공개로 ‘정상국가 수장 행보’ 부각
북중 수교 70년 동맹 과시 및 교류 협력 증진 모색 전망
핵심 의제는 북미회담 조율과 다자협상 통한 제재 완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중동 정세 불안에 입지 위축
무역전쟁과 북핵의 연계 가능성에 신경전 벌이는 미중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웃집 나들이처럼 회수를 거듭하면서 대 중국 외교 행보가 범상치 않다.

김 위원장의 7일 중국 전격 방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초청 형식이나 김 위원장의 첫 대외 외교활동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내외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집권 후 네 번째인 이번 중국 방문으로 ▲북중 수교 70년 우의 과시 ▲2차 북미정상회담 입장 조율 ▲북중 교류 협력 증진 ▲다자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 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리수용 국제부장, 박태성 과학기술교육 담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 수행원들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8일 11시경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하면서 김 위원장의 3박4일 방중 일정이 시작됐다.

도착 직후 김 위원장 일행은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이동했다. 앞선 세 차례 방중 당시 도착 첫날 정상회담과 만찬이 진행된 것으로 미루어,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4차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용열차로 중국 방문길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2018.03.28)(자료:북한조선중앙통신) ⓒ스트레이트뉴스
지난해 전용열차로 중국 방문길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2018.03.28)(자료:북한조선중앙통신) ⓒ스트레이트뉴스

중국의 초청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전용열차를 이용한 지난해 3월과 전용기를 이용한 5월, 6월에 이어 네 번째다. 1박2일 일정이었던 2, 3차 방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나흘간 머물 예정이다.

한편,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과거와 달리,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관영매체들이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방중 사실을 발표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정상국가 수장의 행보’임이 부각됐다.

북중 수교 70년 동맹 과시 & 교류 협력 증진 방안 모색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다. 김 위원장 일행이 베이징에 도착한 8일은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의 생일이기도 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중 수교 70주년과 김 위원장 생일을 기념하는 축하 자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방문길에 리수용 국제부장과 박태성 과학기술교육 담당 부위원장이 동행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발전한 중국의 과학 및 기술 현장을 방문하는 등 양국이 다양한 의제를 두고 교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자료:dailyprogress) ⓒ스트레이트뉴스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자료:dailyprogress) ⓒ스트레이트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 입장 조율

“올해 초에 있을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측근 우방인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 나흘간 중국을 방문한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다.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이던 지난해 5월을 비롯, 주요 고비마다 중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안과 미국의 상응조치 등에 대해 중국과 입장을 조율하고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자협상 통한 제재 완화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끝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질 때마다 중국과 협력을 강화했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미중무역전쟁의 고삐를 쥔 미국에 밀려 온 터라, 차제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이은 대미 협상 입지 구축에 나설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일본 역시 가시권에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 즉 중국 및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협상을 통해 제재 (일부) 완화를 노리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남북미 중심으로 돌아갔던 한반도 정세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은 방중을 보는 미국의 입장

지난해 북중 연쇄접촉 이후 미국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어, 미국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모양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자료:gmx) ⓒ스트레이트뉴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자료:gmx) ⓒ스트레이트뉴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나흘 후에는 “머지않아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 만인 8일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뒀던 지난해 5월과 판박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5월 7일과 8일, 양일간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북미회담 관련 조언을 구했다. 이틀 후인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회담 장소와 날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가 최종 조율될 가능성이 있다. 회담장소로는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가 거론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하와이로 결정될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5월처럼 날짜와 장소가 곧바로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 이번 북중회담이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

먼저, 지난달 22일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사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일정을 섣불리 발표할 경우, 자칫 북핵 문제를 국내로 끌어들인다는 비판과 함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중동 정세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급작스런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8일부터 15일까지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등 중동 8개국 순방에 나선다. 북한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설령 북미가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에 합의한다 해도 발표 시기를 최소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귀국하는 시점으로 늦출 수 있다.

북중회담과 미중무역전쟁의 관계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무역전쟁 종료를 원하는 중국이 북한을 끌어들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이자 워싱턴을 압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완충장치”라고 했다. 마침 올해 첫 미중무역협상이 현재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중국이 북한을 미중무역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무역전쟁과 북핵 문제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중국이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왔다. (중략) 중국은 북핵으로 인해 세계가 처한 위험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에 좋은 파트너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연계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중국 방문으로 외교를 시작했다. 올해는 중국의 필요가 더해져 시기적으로 앞당겨졌다. 김 위원장의 생일상과 북중 수교 70주년 잔치상이 성대히 차려질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양국의 입장이 조율되는 가운데, 다자협상 문제도 거론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올해 첫 방중과 함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남・북・중・러 vs 미・일의 외교경쟁도 막이 올랐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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