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는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 김현진 기자] KB국민은행의 파업은 과연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갖은 뒤 파업을 한 배경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파업에 전국 직원 9500명 안팎이 참여, 전체 직원 1만7000여명의 절반 이상인 56%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사측은 이보다 적은 노조원의 41% 수준인 5500여명만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당일 새벽까지 진행된 노사 협상이 결렬되고 총파업에 이르게 된 것은 일단 임단협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페이밴드 제도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려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KB국민은행 사측은 당초 ROE(자기자본이익률)의 10% 수준의 성과급을 제시했다가 한 발 물러나 시간외 수당까지 합해 300% 수준을 제시했다. 대신 직급별로 이원화된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일치시키고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논의 등에 나서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에 KB국민은행 노조는 조건부 성과급을 수용할 수 없고, 임금피크제 시점 일원화 요구도 받아들이 수 없다며 사측의 제시안을 거절했다. 노조는 직급과 무관하게 임금피크제를 일률적으로 1년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밴드 제도에 대해서도 2014년 11월 이후 입행한 저연차 행원들에게 강제 도입된 만큼 '확대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임금단체협상투쟁 총파업 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임금단체협상투쟁 총파업 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KB국민은행 파업의 기저에는 단순히 임단협 문제를 떠나 뿌리깊은 노사 갈등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연임과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문제, 노동이사제 도입, 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 수사 등의 과정에서 국민은행 노사는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성과주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그동안 '최고의 실적에 걸맞은 최고의 보상'을 강조해왔던 점을 미뤄보면 성과급 배분 방식 등을 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누적된 노사불신이 총파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협상의 경우 페이밴드 제도 확대를 놓고 노사가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성과주의 이슈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페이밴드 제도를 도입하면 무리한 경쟁과 성과주의를 부추겨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에 파업 카드를 꺼내든 KB국민은행 노조의 결정으로 노사 협상은 장기간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날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24시간 매일 교섭할 의사가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하겠다는 뜻까지 밝혔으나 아직까지 사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추가 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사측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노조는 이달 30일~다음달 1일까지 2차 파업에 나서고 다음달 26일∼28일, 3월21일∼22일, 3월27일∼29일 등 5차 파업까지 갈 예정이다.

이번 국민은행 파업은 지난 2000년 옛 주택은행과의 합병 반대 이후 19년 만에 단행된 파업이어서 그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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