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채용비리사건의 실형 법정구속 선고 파장이 일파만파다. 시중은행장 첫 실형 판결은 특히 재판 중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 다른 은행 수장들의 채용비리 판결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KB국민·KEB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를 수사한 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은행권 임직원을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특히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주요 시중은행장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사례는 이번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처음이어서 향후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들은 이번 재판 결과가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점에서 해당 은행들이 안도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현재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신한은행장을 지낸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함영주 행장과 조용병 회장 모두 이번 채용비리와 관련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앞서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 4명과 비교하면 이광구 전 우린행장의 실형 판결은 상대적으로 중형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지난 1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015~2017년 3년 간 인사 청탁자와 은행 내부 친·인척 명부를 만들고 이들 자녀가 서류전형이나 1차 면접 등에서 불합격하더라도 임의로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법원이 이광구 전 우리행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범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은행의 공공성이 다른 사기업에 비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판사는 "이광구 전 행장이 각 채용절차의 최종 결재권자로 업무방해 범행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다수의 지원자들에 청탁을 받아 인사부장에게 전달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우리은행은 사기업이긴 하나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국가로부터 감독과 보호를 받는 금융기관이고 정부와의 관계 등에 비춰봐도 공공성의 정도가 크다"고 판시했다. 

또 "열린채용을 기치로 삼아 어떤 조직보다 채용의 공정성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한 우리은행 지원자들에게는 크나큰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9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이번에 법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재판에서 은행의 공적 역할과 사회적 책무를 높게 판단하면서, 은행권에서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 채용비리 재판에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용비리 관련 선고를 앞두고 있는 당사자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현재 서울 서부지법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서울 동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우리은행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이들의 향후 연임 가도나 입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은 2015~2016년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을 부정 채용하고 남녀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 차별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에 걸쳐 외부 청탁 지원자 및 신한은행 임원, 부서장 이상 자녀 명단을 별도 관리하며 채용 특혜를 제공하고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3대1로 맞춰 채용하는 데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법조계는 이번 이광구 우리은행장에 대한 법정구속 판결이 앞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다른 양형으로 규정,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종손녀 채용비리 의혹을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채용비리에 관여했으나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와 달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하며 불구속 기소에 그쳤다"며 "채용비리를 정확하게 밝혀 바로잡는 것은 옳지만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채 타당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