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만남에서 서로 나누는 인사는 예외 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만 ‘복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당황할 뿐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어느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필자를 포함한 몇 사람은 2019년의 ‘복’은 ‘평화’로 하기로 하고 신년 인사를 나눴다.

 2018년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일이 많았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시작을 예고했고 북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세 차례나 있었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담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1989년 12월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몰타에서 만나 동서냉전을 끝내기로 합의했고 10개월 후에 독일은 통일되었으나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았다.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협약과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선언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북미는 적대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

 2017년 북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했고 이에 대해 유엔과 미국은 대북 제재 강화로 맞섰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주고받은 말 폭탄은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2018년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평화를 위한 여정이 계속됐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남측 답방이 없어서 아쉬웠으나 남북 정상은 친서를 교환하며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2017년에 비하면 2018년은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역사적이고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북 간의 적대관계 해소와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북미 간에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대를 충족할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나라가 짧은 기간에 중요한 합의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며 북측과 미국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진전이 있도록 해야 한다.
   
 ‘평화’가 왜 ‘복’이 되는가를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는 나라와 개인 모두에게 복이다. 개인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불필요한 부분의 군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되며 인권과 사상,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병영문화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나라는 군비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고 과다한 군사훈련과 외국 군대의 주둔비 부담에 들어가는 돈을 줄여서 복지 등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평화가 주는 복과 냉전이 주는 피해를 경험했다. 헤어진 부모 형제가 만나서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 남쪽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북쪽 좋은 노동력을 저렴하게 활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고 남과 북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금강산에 올라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등이 복이다. 냉전이 주는 피해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기에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2019년 새해에는 남북관계 발전을 기초로 북미관계도 정상화 과정으로 들어가서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더욱 진전되기를 희망하자. 희망은 막연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 평화를 위한 여정에 참여하고 평화를 만들어 복을 나누자. sghong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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