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의원들이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Brexit) 탈퇴 협정(Withdrawal Agreement)을 부결시킴에 따라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탈퇴 조건이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큰 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차로 부결됐다. 아울러 야당인 노동당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 제출했고 테리사 메이 총리는 내일 하원서 논의하기로 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EU에 남는 것보다 15년 뒤 국내총생산(GDP)이 3.9%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향후 15년 동안 연간 1000억 파운드(약 144조원)의 GDP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인 1인당 연간 1100 파운드(약 159만원)의 생활 수준 감소에 해당한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무역 마찰 증가와 규제 변화 등에 따라 경제 규모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에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북 최근 내놓은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서 GDP 손실은 9.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캐나다 유형의 자유무역협정(FTA)을 EU와 체결할 경우 GDP의 6.7%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조속히 추진할 바침이다. 단기적으로는 대(對)영국 및 EU 수출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데스크를 설치·운영하고 상시 지원 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두고 예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영국과의 무역 규모를 고려할 때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등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우리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정부는 향후 진행 상황에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할 계획이며 금융 시장 변동이 있을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對)영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1~11월 기준 54억달러 수준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영국·EU의 경기 둔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 등에 따라 우리 실물 경제가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영국과 거래하는 개별 수출입 기업들의 경우 관세율 변동 등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경제 부처 합동 점검반을 운영하며 브렉시트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외환·금융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에 따라 신속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해 영국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에의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체결하기 위한 실무 협의 등 사전 준비 작업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FTA 상 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며 금융회사 등 영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출입 통관 등 애로사항에서의 협의를 위한 전담 창구를 운영하고 기업에 대한 안내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신속히 열어 FTA 추진 방안 등 브렉시트 부결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향후 브렉시트로 인해 수출에 피해를 보게 된 기업에 대해선 무역 금융과 함께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수출신용보증 등 유동성을 지원하고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무역보험금을 지급한다. 또 영국 항공·정보통신기술(ICT)·기계 공급망으로의 진출과 함께 영국 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의 입점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브렉시트 탈퇴 협정 부결은 대체로 예상된 결과"라며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에도 영국과의 무역 비중이 낮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다만 이번 부결이 반드시 노딜 브렉시트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에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제출 돼 있는 상황이라 표결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재신임 시 영국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플랜B(plan B)를 제시하고 하원에서도 이를 표결해야 한다. 이후 EU와의 재협상, 제2의 국민투표, 조기 총선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의 정부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오전 7시, 한국 시간으로는 17일 오전 4시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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