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6일 서울 구로 남부구치소를 나서는 조양호 회장(맨 왼쪽)과, 지난해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가운데), 지난해 5월 2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지난해 7월6일 서울 구로 남부구치소를 나서는 조양호 회장(맨 왼쪽)과, 지난해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가운데), 지난해 5월 2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제안에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첫 주주권 행사의 대상이 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열린 올해 첫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같은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주주권 행사 여부와 주주활동 범위 등을 다음 달 초까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 시기가 다음 달 초로 잡힌 이유는 주주제안이 상법상 전년도 정기 주주총회로부터 6주전까지 이사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는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앞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조속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한진칼 대상 주주권 행사 여부와 경영참여 주주권을 포함한 행사 시 주주활동 내용 및 범위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제안 가능한 주주권으론 사외이사 선임 주주제안이나 주주대표소송 등이 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가능성을 놓고 장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장관은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취지는 연금기금의 장기수익성"이라며 "일시적인 분위기나 개인적 주관에 의해 판단해서는 안 되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초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부의하면서도 주주권 내지는 주주권의 가치, 기업의 가치훼손 등을 어떻게 측정하고 장단기로 나눴을 때 어떻게 변동될 것인가 등을 판단해 최선의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인 재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자금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투자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토록 한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준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인 한진칼 지분 434만3217주(7.34%)를 보유한 3대 주주, 대한항공 지분 1109만3807주(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따라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와의 연계 가능성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사모펀드인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0.71% 보유 중인 상황이다. KCGI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앞서 KCGI는 지난해 말 한진칼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리며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현행법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처음 지분을 취득한 후 6개월 내 지분율 1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단기 차입금이 증가해 한진칼 자산이 2조원을 넘어서면, 내년 3월 주총에서 감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감사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됐다. 

이에 따라 3월 중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럴 경우 KCGI의 확보 지분율이 상당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한진가에 대한 압박에 동조 시, 오너가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에 직접 보유한 지분은 0.01% 뿐이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주주다. 조양호 회장(17.84%)과 특수 관계인들이 한진칼의 주식 가운데 28.96%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사외이사 3명과 대한항공 사외이사 5명 가운데 대다수는 조 회장과 개인적 인연을 가진 인물들로 채워졌다. 

한진칼의 이사진은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을 비롯해 석태수 대표이사 등 상근임원 3명과 이석우, 조현덕, 김종준 등 사외이사 3명, 윤종호 상근감사로 구성됐다. 석태수 대표와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상근감사는 내년 3월17일 임기만료가 예정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 경영권 유지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원칙에 의거해, 과도하게 경영활동에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총수일가가 벌인 '갑질' 사건으로 대한항공 주가가 흔들렸고, 국민연금은 그 다음 달 대한항공에 개선책 내놓으라며 비공개 서한을 보냈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뚜렷한 개선책 없이 국민연금에 모호한 답변만 전했고 경영진 면담 후에도 달리진 것이 없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가운데 일부가 대한항공·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 데 이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안건 상정을 요구하면서 회의가 소집됐다.

한편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속조치로 검토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이 보고됐다. 수탁자책임 활동 내부 이행 기준과 절차 등을 구체화한 지침이다.

또 지난해 12월 결정한 2019년 목표 초과수익률(0.22%포인트) 및 목표 액티브위험(0.55%)에 따른 기금운용본부가 배분한 '2019년 자산군별 액티브위험 배분결과' 등도 함께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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