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93곳 지분 5% 이상 보유...10% 이상 보유 기업 90여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스트레이트뉴스=윤대우 기자]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토대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관련 안건에 대한 오늘 논의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등 10여 개국이 도입했다. 기관투자가가 회사 경영진을 견제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배경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로 인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분 가치가 떨어진 것에 대한 일종의 주주권 방어행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조 회장 부부와 자녀 등은 ‘물컵 폭행’ ‘기사 폭행’ 등으로 검찰, 경찰, 국세청 등으로부터 배임·횡령·밀수 관련 혐의로 기소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오는 3월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와 관련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 10.71%을 보유한 강성부 펀드(KCGI)가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지분 7.34%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과 합세할 경우 조양호 회장 일가(특수관계인 포함 28.93%)의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민연금의 조양호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민연금의 조양호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이번 한진그룹 경영 간섭을 하려는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9.99%), 현대자동차(8.27%), LG전자(8.65%), SK하이닉스(9.10%) 등 상장사 293곳에서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도 90여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앞세워 주요 기업의 경영을 무리하게 간섭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고 4부처 차관이 기금운영위 위원을 담당하고 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도 사실상 복지부가 선임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 내 주주권행사분과는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한진그룹 사례만을 놓고 기업의 지배구조, 경영간섭을 하겠다는 발상은 조금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연금이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 강조한다면 국민연금 본연의 목적인 노후자금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간섭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공적 연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개혁 없이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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