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이 열린 지난달 31일 광주시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이 열린 지난달 31일 광주시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 기자]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준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계의 반발로 시작도 전에 난항에 부딪혔다.

현대차 국내 공장이 재고 누적과 판매부진으로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인데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노동자끼리 저임금 일자리경쟁을 부추기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철회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2월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와 자치단체가 주거, 복지 등을 지원해 실질적인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제품과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현대차 합작공장이 첫 모델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의 광주지역 패권을 잡기 위한 정치포뮬리즘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는 지역별 저임금 기업유치 경쟁으로 노동시장 질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광주형 일자리 협약의 단체교섭권 5년 유예조항은 무역에 영향을 주는 노동권을 억압하면서 한미 FTA 협정 위반해 미국 수출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자동차공장 생산능력 466만대 중 70여만대가 유휴시설인데 광주형 일자리 10만대 공장 설립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국내 경차시장은 2017년 14만대에서 지난해 12만7400여대로 매년 축소되고 있다. 현대차도 오는 7월부터 울산공장에서 연간 7만대 규모의 소형차 양산계획을 세우는 등 경소형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7000억원에 이르는 설립비용 마련도 과제다. 자본금 2800억원 중에서도 광주시 590억원, 현대차 530억원을 제외한 1680억원(60%) 투자는 추가 유치해야 한다. 회사 손실 발생에 따른 책임소재 등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울산과 경남 창원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우려도 가세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생산과 내수, 수출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울산과 경남 등 자동차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지자체들은 소매판매, 서비스업 등 각종 지표가 하락하는 등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7년 이후 10년간 개인소득 1위를 기록했던 울산은 지난해 1인당 소득증가율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 역시 2년 연속 전국 최악의 침체를 나타냈다. 지난해 울산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대비 10% 하락했고, 전세가 역시 11.8% 낮아졌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465만7094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 지난해 400만대선을 겨우 지켰다.

2015년까지만해도 등락을 거듭하며 450만대선을 유지했지만 2016년 422만8509대로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고, 2017년 411만4913대, 2018년 402만8834대로 매년 10만대 가량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 생산이 2014년 187만6428대, 2015년 185만8395대, 2016년 167만9905대, 2017년 165만1718대로 줄었고, 기아차 역시 2014년 171만2485대, 2015년 171만8467대, 2016년 155만6845대, 2017년 152만2520대로 감소했다.

이와 달리 해외생산(중국 제외)은 현대차(북미·아시아·유럽·남미)가 2014년 193만6588대, 2015년 200만2733대, 2016년 200만1203대, 2017년 200만6090대로, 기아차(미국·슬로바키아·멕시코)가 2014년 69만3099대, 2015년 70만7083대, 2016년 81만7100대, 2017년 85만900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시험가동을 시작한 기아차 인도공장이 본격 양산을 시작하고 현대차 베트남 공장이 증설을 완료하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로 자동차 관세가 높아지고 미국 등 해외 각국의 현지생산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에서 글로벌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이용섭 광주시장과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이용섭 광주시장과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공장을 증설해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면 긍정적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산시설 과다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들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국산차의 설 곳이 좁아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해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부른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공급포화, 국내 자동차 공장 구조조정과 70만대 유휴시설 등 자동차산업 혼란을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용섭 광주시장이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있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있는 일자리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전기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특히 "고용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침체된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 "경차 생산이 포화상태라고 주장하지만 핵심은 가격과 품질이다. 임금이 적정화돼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새로운 수요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현대차 노조가 임금 하향 평준화를 우려해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을 외면하는 기득권자의 이기주의이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고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이 시장의 발언은 광주형 일자리를 '노동 적폐'로 간주하고 투쟁을 예고한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에 대한 견제로 보이다. 향후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둘러싼 광주시와 노동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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