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비정규직 없는 곳으로 떠나다
김용균, 비정규직 없는 곳으로 떠나다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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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넋을 기리기 위한 첫 번째 노제가 9일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서 진행됐다.

김용균씨는 작년 12월 11일 오전 3시20분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용균씨는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김 씨의 사망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환기에 크게 기여했다. 

이날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는 추운 날씨에도 고인과 함께 일했던 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내가 김용균이다'는 옷을 착용한 채 굳은 표정으로 노제를 지켜봤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4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엄수한데 이어 오전 7시 고인이 근무했던 태안화력발전소의 정문에서 노제를 지냈다. 장례는 고인이 숨을 거둔 지 62일 만에 치러졌다.

이날 노제에는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세월호·삼성백혈병 유가족,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등 400여명이 함께 했다. 고인의 일터인 태안화력발전소 9호와 10호기 앞 순회를 시작으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조사 낭독과 편지글 낭독,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고인의 유가족은 "용균이가 '죽음의 외주화'라고 불리는 잘못된 구조적 문제 때문에 너무도 열학한 환경에서 일했다"며 "너무도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우리 부모는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죄인"이라며 슬퍼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의 부당함이 바로잡힐 것이며, 그 길이 우리 아들과 같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사회적 타살로부터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민주사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민주사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고인은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궂은 일을 마다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였다"면서도 "그러나 사망사고가 나자 원청과 하청은 당사자 과실이라고 주장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고인이 바라던 소망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음으로 응원한 1100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이룰 것"이라며 "고인이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 이어 서울 중구 흥국생명 광화문지점에서 차례로 노제를 지낸 뒤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진행했다.

화장은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뤄지며, 장지는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이다. 마석 모란공원은 전태일 열사 등의 묘지가 있는 노동·사회 열사들의 상징적인 장소다.

김용균씨의 사망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곧바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려졌고, 대책위는 속도를 내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산안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산안법은 결국 38년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전면 개정됐다.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근로자에게 작업 중지권 부여 ▲유해·위험한 작업의 원칙적 도급금지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 강화, 법 위반 시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이 크게 강화됐지만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법 위반 시 제재 수위는 당초 정부가 내놓은 전부 개정안보다 후퇴했다는 주장이었다.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올 초부터 청와대 분수대와 광화문광장에서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발방지대책과 함께 원청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을 상대로 두 차례 고소·고발도 진행했다.

당정은 설날안 지난 5일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김용균씨가 일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업무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5개 발전사의 해당 분야를 맡을 공공기관을 만들어 관련 분야 비정규직들을 직접고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책위와 유족은 이러한 합의안을 수용해 김용균씨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장례는 지난 7일 시작돼 사흘 간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됐으며, 이날 광화문광장 영결식에는 시민 3000여명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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