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유가족과 지인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영결식장은 가족과 응급의료 일선에서 뜻을 함께 했던 동료, 함께 일한 직원 등 300여명이 자리했다.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치러진 윤한덕 센터장 장례절차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위원장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 등 13명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오전 8시48분께 윤한덕 센터장의 아들 윤형찬군이 영정 사진을 들고 대강당에 들어서고 뒤따른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웃고 있는 윤 센터장 사진을 향해 "아이고, 내 아들 한덕아"라며 울부짖었다.

추도사가 이어지는 내내 침묵이 흘렀던 영결식장은 2017년부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을 맡아 윤한덕 센터장과 일해 온 윤순영 실장이 "그렇게 밖으로 사진 찍히는 것 싫어하시더니 실검(실시간 검색어순위) 1위를 하셨네요"라며 "왠지 '나 이거 싫은데'라고 툴툴거리시는 내 귀에 선명히 들리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함께 소통도 하고 좋은 일 슬픈 일을 같이 나누자고 당신께서 만드셨던 카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갑자기 센터장님 부고 알림이 올라오자 직원들은 서로 애도하고 위로하는 말 한마디조차 꺼내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윤 실장은 "연휴가 끝나면 다시 어디선가 센터장님이 나타나실 것만 같다"며 "모든 무게를 짊어지시면서도 저희가 방문을 두드릴 때면 항상 귀담아 들어주셨는데 저희는 왜 그런 일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당신의 소중한 가족들이 가졌어야 할 귀한 시간을 저희가 빼앗아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죄송했다"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명의 환자가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백명, 몇천명의 국민들이 죽을 수 있다'는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센터장님의 뜻을 받들어 항상 국민들 편에서 일하는 우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윤 실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센터장님의 웃음이 그립고 내일부터 일상에 센터장님 부재가 확연해질 것이 두렵다"면서도 "업무에 대한 생각이 너무 커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신 적이 있지만 그 미안함 모두 잊으세요. 그동안 윤한덕이라는 분을 직장상사로 둬서 너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윤 실장이 단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생전 윤한덕 센터장 모습을 떠올린 직원들은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가족과 동료 순으로 이어진 헌화 때도 참석자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웃고 있는 윤 센터장 사진 아래 국화를 내려놓았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후 윤한덕 센터장의 조카가 영정사진과 위패를 들고 아들 윤형찬군 등 가족, 직원 등과 함께 설 연휴에도 자리를 비우지 못했던 집무실이 있는 행정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정동 주변을 반바퀴 돌아간 추모행렬은 사무실 창가가 보이는 쪽에서 한 번 더 멈춰 섰다. 창가엔 그곳이 '응급의료기획연구팀' 사무실임을 알려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2002년부터 1개팀씩 팀장을 맡아 팀을 꾸려나가고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방식으로 일해온 윤한덕 센터장의 마지막 직책은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자 응급의료기획연구팀장이자 응급의료평가질향상팀장이었다. 

100여명이 윤 센터장과 그의 가족 뒤를 따라 행정동을 지나치는데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윤한덕 센터장 사무실을 향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앞선 추도사에서 이국종 센터장은 윤 센터장을 지구를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의 신이자 1번 경추를 가리키는 '아틀라스'로 표현하며 그의 이름과 '아틀라스'를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에 새기고 함께 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평소였다면 윤 센터장이 서 있었을 사무실을 10분 넘게 바라보다가 행렬의 끝이 보이자 그때서야 뒤를 따랐다.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고인이 머물렀던 장례식장을 끝으로 가족과 직원들은 버스에 올랐다. 윤한덕 센터장은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윤한덕 센터장을 '최고의 아버지'라고 기억하며 의연하게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던 아들 윤형찬군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버지를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작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