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미국이 수입 자동차를 안보 위협 요인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다시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17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인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서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작년 5월부터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보고서에는 수입 제안 조치에 대한 권고안도 담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인 5월 18일까지 관세 부과 여부와 세율, 이행 기간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1962년 제정된 이후 실제 적용된 사례는 1979년(이란)과 1982년(리비아) 등 2번 뿐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에는 사실상 사문화된 법과 다름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를 다시 꺼내들며 무역 협상의 도구로 활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미국은 지난해 이 법을 근거로 무역 상대국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대통령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관세를 무역 상대국들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한편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동차 관세에 대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최대한 늦추면서 무역 상대국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상무부로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받은 뒤, 그해 3월 23일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에 대해서는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보류했었다. 

아울러 작년 5월 1일에는 무역 합의를 이룬 우리나라와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화가 잘 풀리지 않던 EU,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같은해 6월 1일까지 관세 부과를 다시 한번 유예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그간 사례를 감안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적인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과 같이 EU·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전면적인 자동차 관세가 미국 경제와 여론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면적인 자동차 관세 부과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은 평균 5800 달러(약 654만원)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세탁기 관세로 가격이 17%나 상승했던 것을 경험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자동차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쉽게 꺼내들기 힘든 입장이다. 아울러 자동차 관세를 찬성하는 제조업 종사자는 100만명 수준이지만 관세를 반대하는 판매·서비스업 종사자는 200만명에 달하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국가 또는 영역에만 우선 관세를 부과한 뒤 무역 상대국들에 요구 조건을 내걸고 그 결과에 따라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일부 국가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상대국들이 보복 조치를 내놓으면서 무역 전쟁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 인도, 터키 등이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무역 긴장이 고조됐고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미국이 EU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고 EU가 이에 같은 수준의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9년 0.2%포인트 2020년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FTA 개정 협상을 마친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관세 면제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만약의 상황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도 최근 방미를 마치고 돌아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정관계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긍정적 발언을 내놓은 만큼,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한국은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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