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외교에 황금기가 왔다고?
동북아 외교에 황금기가 왔다고?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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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북] 우수근 '한중일 힘의 대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2017년 11월 11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2017년 11월 11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올해는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창립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 ‘70’이라는 키워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광활한 중국 대지 위에서 끊임없이 깃발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했던 역대 왕조의 평균 통치 기간은 70년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폭발해 결국은 새로운 깃발이 나부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현 시진핑 정권이 놓여 있다. ‘시진핑 천하’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강력한 권력 의지를 굽히지 않는 중국의 이 같은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섣부른 정치·외교적 판단을 한다면 대중 무역 전선에서도 우리 이익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한중일 힘의 대전환>은 한중일 삼국통으로 불리는 우수근 교수가 동북아의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의 전망을 예측한 책이다. 책은 세계의 골칫거리에서 최고의 시장으로 부상한 북한과 대미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한국의 힘을 필요로 하는 중국, 치열한 정치·경제·역사 전쟁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벼랑 끝 일본의 속사정을 적확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G2 강국 중국을 여전히 짝퉁 미개국에 미세먼지 주범으로 혐오하고 있지는 않은지, 언제까지 침략국 일본에 짓밟힌 피해국으로서만 우리의 존재를 제약할 것인지를 묻는다.

위기는 기회이고 기회 역시 위기라는 단순한 명제는 한중일 삼국에 여지없이 적용된다. 중국은 미세먼지의 주범국인 동시에 환경 분야의 뛰어난 기술을 지닌 우리 중소기업의 최대 고객이 될 수 있다. 

우경화에 사로잡힌 일본 역시 올바르게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는 분쟁국인 동시에 이를 해결만 해낸다면 서로가 안고 있는 고령화와 경제 정체라는 난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우방국이 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던 샌드위치 ‘소한민국’으로서의 자기인식에서 탈피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더불어 수십 년째 ‘꽌시’만 외쳐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얄팍한 전술과 감정적 드잡이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일 전략을 벗어나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시장 담론을 주도해나가는 강자로서 가져야 할 도약의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지옥에 가는 일도 돈으로 좌우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남다른 물질관을 가진 일본인들조차도 중국인들의 물욕과 금전 추구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새해 인사를 ‘돈 많이 벌라’는 덕담으로 시작하는 중국인들에게 공동노동과 공동분배를 전제로 하는 사회주의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중국을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오늘날 SNS상에서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민주화’에 대한 갈망으로만 해석한다면 이는 적확한 분석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강한 상대에게도 약점은 있고,
아무리 나쁜 놈에게도 함께 도모할 길이 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책은 극우 성향을 보이는 아베 정권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가지는 양가적인 감정을 지적하며, 국민 대다수는 전쟁 가능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아베 정권에 동의하지 않으며 산적한 민생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아베를 ‘유일한 선택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 국민의 내면을 추적한다.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의 출구 역시 다변화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우리가 안고 있던 중국과 일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게 되면, 우리가 얻게 될 과실 역시 전과 같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외교·안보 분야다. 책은 일본에서 아시아공동기금을 운영해 민간에서의 교류를 주도하고 중국과 관련된 안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 실무자와 나눴던 다양한 대화와 제안을 소개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우리 소극적인 외교 프레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한민국의 동북아 주변국을 바라보는 외교 프레임은 마치, 이미 장성한 청년의 당당한 몸집을 지녔음에도 누가 떠먹여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전쟁 고아와도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는 제발 우리 스스로를 통일 한반도라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청년 국가, 뛰어난 인적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중견강국으로 인식하고 ‘안 되고 안 하고 못하는’ 지진한 외교 프레임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다.

「한중일 힘의 대전환-한반도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위한 중국과 일본 사용법」     우수근 지음ㅣ위즈덤하우스(2019)
「한중일 힘의 대전환-한반도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위한 중국과 일본 사용법」 우수근 지음ㅣ위즈덤하우스(2019)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며 ‘청나라는 오랑캐요,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라 여겼던 1780년대에 홀로 청나라의 발달된 문명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으로 옮긴 탁월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를 본받고자 했다고 한다.

백성을 잘살게 하는 상공업이나 농업 실무에는 무지하면서도 청나라의 선진 문물은 오랑캐의 문화라 싸잡아 배격했던 당시 양반들의 문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면밀하게 분석하면서도 청나라가 한족(漢族)뿐만 아니라 몽골·티베트 등 주변의 강성한 민족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음을 꿰뚫었던 연암 선생의 실학자로서의 면밀한 분석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도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상대를 ‘좋은 놈과 나쁜 놈’으로 분류하고 ‘어차피 덤벼봤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열패감에 빠져 동북아를 바라보지 말고, 아무리 강한 상대에게도 약점은 있고 아무리 나쁜 놈에게도 함께 도모할 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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