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열린 1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열린 1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미사가 16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추모 미사는 바보의나눔 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명동대성당은 추모객 1000여명으로 빼곡했다. 성당 안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추모객들은 명동대성당 옆 꼬스트홀 건물과 야외 등에 나눠 앉아 김 추기경을 기억했다. 

1968년 서울대교구장이 됐고,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천주교 추기경이 된 김 추기경은 '바보'를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이날 단상에 올라져 있는 테이블에 걸린 액자는 2007년 김 추기경이 직접 그리고,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 원본이었다. 기꺼이 바보를 자처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돌본 김 추기경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특히 한국 종교계의 큰어른인 김 추기경은 모진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었다. 대중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6)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 추기경님은 인간의 마음 깊은 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다"며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는 회상했다. 

그는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며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김 추기경의 삶을 통해 되새겨야 하겠다"고 말했. 

염 추기경은 "특별히 1968년부터 1998년 일선에서 은퇴하실 때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고 했다. 특히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을 통해 사랑과 나눔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 10주기 추모 미사 봉헌. 출처=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 추기경 10주기 추모 미사 봉헌. 출처=천주교 서울대교구

그러면서 "김 추기경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우리도 부르심 받을 때까지 서로 용서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또 나눠야겠다"며 "김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식에는 5분가량의 김 추기경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그리움이 한껏 배인 침묵이 흘렀다. "내 나이 여든 다섯,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김 추기경의 담담한 음성으로 시작되는 영상을 바라보는 추모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김용삼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셨지만 낮은 자리에 서서 사람을 존중하신 것을 기억한다"고 돌아봤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대성당에 들어온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는 김 추기경의 말씀도 전했다.

과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문 대통령은 "독재 정권의 어둠 속에서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면서 "힘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추기경 역시 관심을 쏟았던 한반도 평화 관련 언급도 했다. "추기경님은 한반도 문제도 결국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드는 평화의 문제라고 하셨다.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김 추기경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이다"고 덧붙였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명동대성당을 찾은 추모객은 잠정 3000명으로 집계했다. 이날 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cpbc) TV와 라디오, 유튜브로도 중계됐다. 명동대성당 주변에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옹기장학회 김 추기경의 뜻을 이어가고자 부스를 마련하고 안내했다. 김 추기경의 생가와 기념관이 위치한 경북 군위도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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