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산 양식연어, 유럽연합 인정 안 한 플루벤주론 사용
러시아·프랑스,중금속 오염 되풀이로 수요 줄자 한국 등에 수출선 다변화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 가스로 뒤범벅된 양식장 해저(seabed)
인체내 쌓이는 다이옥신, 주원천은 양식연어 등 해양성 지방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으로 혀를 감돌면서 고소하게 감기는 맛, 게다가 저렴한 몸값에 건강식품으로 소문난 신선 연어. 어느새 우리 식탁에 친구로 오른 연어는, 그러나 거대 자본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위해성 사료로 대량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웰빙’ 먹거리로서의 존재감이 180도 뒤바뀐다. 양식 연어, 특히 노르웨이산 연어가 식탁에 올려서는 안 될 위해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해성 의혹은 자연산보다 수 배 커진 양식 연어의 크기만큼이나 세계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살충제와 항산화제 및 독성물질의 검출, 사료 원료의 오염 여부, 생태계 교란 문제 등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의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오염 논란이 가시지 않는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안전성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편집자주>

<기획 순서>
① ‘독성 논란’ 양식 연어, 끝없는 위해성 증폭
② 중금속・발암물질...양식 연어의 독(毒)한 흑역사
③ 양식 연어 ‘독성’ 살충제 먹고 자란다
④ 노르웨이 국민도 외면한 양식 연어 “발암물질 사료 도마에”

⑤ 양식 연어 환경독소 심각 “임산부・어린이에 악영향”
⑥ 미국 ‘양식연어, 세계 최악 유독 식품’...한국만 “문제없다"

⑦ 연어 양식장, “사료・배설물・살충제에 죽어나가는 자연”
⑧ 노르웨이 연어 두고 장관 연루 의혹 불거진 정치권
⑨ 유전자조작(GM) 연어 식탁 오를 날 머지않아
⑩ 연어 특집 후기, 국내 양식 어류는 안전한가?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아이구, 알고는 절대로 못 먹죠. 손님이 오실 때도 연어, 식구들이랑 외식할 때도 연어, 술안주도 연어, 저는 10년 동안 연어 매니아였는데요, 유튜브에 대표적인 발암 식품이라고 고발한 영상을 본 뒤로는 안 먹습니다. 항생제, 살충제, 뭐 독 덩어리잖아요. 그런데도 여태 그걸 모르고 맛있다고 먹어댔으니...”

인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얘기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 수산물 당국과 식약청은 양식 연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팔짱을 끼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의 지적은 단순 푸념을 넘어서는 개탄과 분노였다.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를 찾은 주부 이선자(58, 강남구)씨에게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과거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정말요? 에이, 거기 다녀온 적 있는데요, 노르웨이는 엄청 깨끗한 나라잖아요. 북극에도 가깝고... 전에 왜 칠레산 연어 있잖아요, 그게 항생제 범벅이라는 얘기는 들어 본 것 같은데, 노르웨이산 연어는 괜찮지 않나요?”

노르웨이는 깨끗한 나라이고 청정해역인데, 양식 연어가 오염됐다니 믿을 수 없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유해성을 풍자한 다큐멘터리 작품 ‘연어의 기밀’(자료:film by Twyla Roscavich) ⓒ스트레이트뉴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유해성을 풍자한 다큐멘터리 작품 ‘연어의 기밀’(자료:film by Twyla Roscavich) ⓒ스트레이트뉴스

'믿을 수 없다'는 주부 이선자씨의 추측은 노르웨이에 대한 지리학적 선입견에 더해서 대부분의 연어가 양식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게 양식 연어의 위해성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과거는 중금속, 오염물질, 유해 화학물질로 점철돼 있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서 고농도의 납과 카드뮴이 검출되자, 세계 수산물 유통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러시아는 2005년 말 ‘부분 수입금지’ 조치에 이어 2006년 1월부터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2011년에는 미생물이 검출되는 바람에 또 한 번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

이후 러시아는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를 둘러싼 살충제와 항산화제 및 독성물질 사용, 사료 원료 오염 여부, 생태계 교란과 같은 논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러시아 정부,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 대해

2005년, 2006년, 2011년 부분 및 전면 수입금지 조치 취해

그사이 노르웨이 양식 연어 수출 총량의 70%를 수입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던 프랑스는 2위로 물러나 앉았고, 한국에서는 연어 광풍이 휘몰아쳤다.

알고는 못 먹는 노르웨이 양식 연어의 독(毒)한 과거: 살충제

피오르드 해안을 따라 노르웨이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차가운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훌라후프들과 만난다. 석유, 가스에 이어 노르웨이 국가 경제를 세 번째로 떠받치는 수산업의 총아, 연어 해상 가두리들이다.

피오르드 내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연어 해상 가두리(자료:framaseafood.uk) ⓒ스트레이트뉴스
피오르드 내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연어 해상 가두리(자료:framaseafood.uk) ⓒ스트레이트뉴스

“여기 연어는 세상에서 독성이 제일 강한 음식입니다. 너무 밀식돼 있는데, 이런 곳이 200군데가 넘어요. (중략) 그리고 사료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노르웨이 환경단체 그린 워리어(Green Warriors of Norway)에서 지금까지 25년여 동안 연어 양식실태를 관찰하면서 오염 증거를 수집해온 노르웨이 환경운동가 쿠르트 오데칼프(Kurt Oddekalv, 그린 워리어 회장)가 오스트리아 국영TV(Austrian National TV, ORF)를 통해 밝힌 독성 양식 연어의 현주소다.

오스트리아 국영TV를 통해 그가 영상으로 보여준 해상 가두리 아래 저질(底質)은 사료 찌꺼기와 연어 배설물, 그리고 박테리아 부패작용으로 생긴 거품이 뒤범벅돼 있었다(<Poisonous Fish: The Big Health Lie>, 2014.11).

노르웨이 피오르드 연어 해상 가두리 아래 저질(seabed)은 대부분 사료 찌꺼기와 연어 배설물로 가득해 죽은 상태인데, 양식업자들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되면 허가를 받아 인근 바다로 옮겨간다.

아래는 그린 워리어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의 현주소가 어떤지, 환경에 얼마나 무서운 영향을 미치는지 한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스트레이트뉴스에 직접 보내 온 수십 개의 영상 중 하나다.

위 영상은 그린 워리어가 수년에 걸쳐 조사한 피오르드 소재 연어 해상 가두리 70여 곳 중 ‘Fjort Drift 13876’ 지점의 140m 해저(seabed) 상황이다.(자료:Green Warriors of Norway)ⓒ스트레이트뉴스/자막KSJC

프랑스 국영 Fr3의 폭로,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에서 항생제 대신 디플루벤주론 사용한다."

2006년 1월, 러시아 정부가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 수입을 전면 금지시킨 이후, 2010년 6월에는 프랑스 국영방송 Fr3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들이 감염된 연어를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해왔지만, 그마저도 듣지 않자 화학약품인 ‘디플루벤주론(diflubenzuron)’을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플루벤주론 계열 살충제는 어류에 유해해 유럽연합(EU)이 사용을 금지한 화학약품이다. 노르웨이 양식업자들이 이 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노르웨이가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금지한 플루벤주론을 노르웨이가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노르웨이가 유럽경제공동체의 일원이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한노르웨이대사관 상무참사관이자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이사인 군바르 비에(Gunvar L. Wie) 한국・일본 총괄이사는 본보에 보낸 메일에서 “유럽경제지역(EEA, European Economic Area) 협정을 통한 노르웨이와 유럽연합(EU)의 관계는 우리가 유럽연합의 식품안전규정을 준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프랑스 Fr3 방송 이후 프랑스는 노르웨이 양식 연어 수입량을 줄였고, 노르웨이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등 제3국으로의 수출선 다변화를 꾀했다.

노르웨이 환경단체 그린 워리어의 TV 프로그램 MILJØ MAGAZINE TV와 인터뷰 도중 노르웨이 해양조사연구소(The Norwegian Institute of Marine Research) 소속 연구자 외이빈드 베르그(Øivind Bergh)가 말문이 막히자 쿠르트 오데칼프(Kurt Oddekalv) 회장에게 커피를 쏟고 있다.(자료:Green Warriors of Norway) ⓒ스트레이트뉴스
노르웨이 환경단체 그린 워리어의 TV 프로그램 MILJØ MAGAZINE TV와 인터뷰 도중 노르웨이 해양조사연구소(The Norwegian Institute of Marine Research) 소속 연구자 외이빈드 베르그(Øivind Bergh)가 말문이 막히자 쿠르트 오데칼프(Kurt Oddekalv) 회장에게 커피를 쏟고 있다.(자료:Green Warriors of Norway) ⓒ스트레이트뉴스

알고는 못 먹는 노르웨이 양식 연어의 독(毒)한 과거: 다이옥신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독성 논란은 2013년에 과도한 독성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유럽연합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다이옥신(dioxin) 및 다이옥신-유사 PCBs(dioxin-like Polychlorinated BinPhenyl)가 검출됐던 것이다.

다이옥신은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의 주요 성분으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1급 발암물질(IARC, 1997) 가운데 하나다. 다이옥신에 노출될 경우, 생식기관 손상, 면역체계 약화, 내분비계 손상의 위험이 있다(VKM, 노르웨이 식품안전과학위원회).

다이옥신 테러에 희생당한 유시첸코(Viktor Yushc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후보. 야당 후보로 나선 2004년, 유세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검사 결과 체내에서 일반인의 6,00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러시아 정보부나 우크라이나 친 러시아파 정치인의 소행으로 짐작될 뿐,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0년 퇴임했다.(자료:Reuters) ⓒ스트레이트뉴스
다이옥신 테러에 희생당한 유시첸코(Viktor Yushc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후보. 야당 후보로 나선 2004년, 유세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검사 결과 체내에서 일반인의 6,00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러시아 정보부나 우크라이나 친 러시아파 정치인의 소행으로 짐작될 뿐,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0년 퇴임했다.(자료:Reuters) ⓒ스트레이트뉴스

노르웨이 양식 연어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

주요 원천은 연어를 포함한 해양성 지방. 노르웨이 수산 당국은

“양식 연어에서 검출되는 다이옥신의 위험성은 무시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다이옥신과 다이옥신-유사 PCBs의 주요한 원천은 동물성 지방, 특히 연어와 청어, 바다장어를 포함한 생선이나 생선 제품에 함유된 해양성 지방이다.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먹이사슬의 상층부로 갈수록 농도가 높아진다.

노르웨이 식품안전과학위원회(VKM)는 “양식 연어의 다이옥신과 다이옥신-유사 PCBs 농도는 2006년 대비 약 70% 감소했다"며 "따라서 연어 섭취에 따른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의 위험성은 무시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노르웨이 식품안전과학위원회가 설정한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의 섭취 허용치는 14pg TE/kg bw/week이다(SCF, 2001). 일주일 동안 kg 몸무게 당 14pg(1조분의 1g) 이하의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를 섭취하면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 수치를 체중 70kg인 사람에 적용해 보면, 일주일에 0.98ng(10억분의 1g)이 넘는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를 섭취할 경우, 건강에 위험신호가 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2006년 노르웨이 식품안전과학위원회가 양식 연어에 포함된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 햠량을 검사한 결과, 기준치인 0.98ng을 1.5배나 초과한 1.5ng이 검출됐다. 2013년 조사에서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0.5ng이나 검출됐다.(Hannisdal et at., 2014)

이는 체중 70kg인 성인이 일주일에 약 500g의 양식 연어를 먹으면 안전하지만, 반대로 연어를 좋아하는 성인이 일주일에 500g 이상의 양식 연어를 먹을 경우, 섭취 허용치를 넘기게 된다는 의미다. 양식 연어를 좋아할수록, 또 많이 먹을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물론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다이옥신 및 다이옥신-유사 PCBs 중 일부는 계속해서 체내에 축적된다. 이런 결과가 과연 “무시할 만한” 것일까? 판단은 독자와 연어 소비자들의 몫이다.

다이옥신/다이옥신-유사 PCBs는 야생 어류에 많을까, 양식 어류에 많을까?

또한 양식 연어를 일주일에 500g 이하로 섭취하면

다이옥신/다이옥신-유사 PCBs의 체내 축적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까?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다이옥신/다이옥신-유사 PCBs(자료:by Dr. Alan Yates Senior Analyst in National Measurement Isstitute Department of Industry)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다이옥신/다이옥신-유사 PCBs(자료:by Dr. Alan Yates Senior Analyst in National Measurement Isstitute Department of Industry)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20세기 인구폭발로 인해 글로벌 어업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한 지는 오래다. 그러나 양식(aquaculture)이 거대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지속 가능한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노르웨이 양식 연어는 중금속과 발암물질 파동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노르웨이 국내에서 지속 제기 중인 ‘유럽연합에 대한 노르웨이 정부의 로비 의혹’, ‘노르웨이 4대 대형 식료품 체인점의 연어 퇴출 움직임’, ‘연구를 위해 맞춤형으로 디자인된 연어 사용 의혹’ 등이 그 반증이다.

세계 1위 양식 연어 수출국이지만, 노르웨이 수산 당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세적인 해명에 급급하다. 세계인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해야 할 수산대국으로써 보여줘서는 안 될 모습이다.

수입산 양식 연어가 국내산 양식 광어를 대체하는 속도는 가파르다. 양식 연어의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이 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뒷짐이다. 러시아가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 대해 수차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반품 또는 폐기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챙겨야 할 당국은 양식 연어의 독성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의혹이 세계적으로 증폭되는 시점, 지금이 바로 그때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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