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1호 열차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1호 열차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출처=노동신문

[스트레이트뉴스 김현진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용 특별열차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거리 열차 노정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중국을 거쳐 베트남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이날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을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평양→동당→하노이 루트로 이동할 경우 동당역까지는 열차, 동당역부터 하노이까지는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계속 타면 평양부터 하노이까지 4000여 ㎞의 긴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우선 경호와 신변안전 보장 문제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벌써 두 차례나 중국 방문에 특별열차를 동원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외교 활동에 열차를 이용하면서 안전성 문제에서도 오랜 기간 입증이 된 부분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방탄·방폭 기능은 물론이고 82㎜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위급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방탄 차량도 싣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 문제로 열차 속도를 최대 시속 60㎞ 정도로만 운행한다.

열차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항공기를 임차하는 부담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아닌 중국 리커창 총리의 전용기를 이용해 이동한 바 있다.

이는 참매 1호의 경호·안전상 문제를 외부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부 결속과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60여 년 전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중국 대륙을 종단한 것과 이번 예상 루트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간 김 주석을 연상케 하는 행보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이번 열차행을 통해 다시 한번 60여 년 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열차 이용은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관계를 표방해 온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전략적인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열차가 베이징을 통과하지만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인 높아 보인다. 회담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회담 전 시 주석과 만날 경우 미국 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차로 이동할 경우 광저우 등 중국의 발전된 도시를 방문해 경제 시찰을 하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또한 광저우 등에서 항공기로 갈아타는 방안과 함께 시진핑 주석의 전용 고속열차로 갈아타는 방안 등이 나온다. 다만 이 방안은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대립하고 있다.

이 외에 열차를 한 차례만 편도로 이용하고, 항공기를 통해 복귀하는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차, 3차 방중 당시에도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한 전례가 있고, 1차 북미 회담 당시에도 참매 1호가 하노이보다 먼 싱가포르까지 비행한 이력이 있다.

베트남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오는 26일 오전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할 수 있으니 관련 준비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도착 직후 현지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전통적 혈맹인 만큼 우호 친선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동선을 소화할 전망이다.

우선 하노이 시내 중심부의 호치민 묘지 참배가 유력하다. 이어 인근의 주석궁에서 응 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28일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김 위원장은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이동하는 길에 산업 시설 시찰 차원에서 삼성전자 공장 등이 있는 박닌성의 옌퐁공단 등을 찾을 거라는 관측이 앞서 제기됐다. 지난 1964년 김일성 주석이 갔던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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