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구의 직언직설] 3.1운동·임정수립 100주년, 기념하지 말고 계승하자
[홍승구의 직언직설] 3.1운동·임정수립 100주년, 기념하지 말고 계승하자
  • 홍승구(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장)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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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구 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장
홍승구 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장

올해는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절이 다가오자 정부를 비롯하여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친일 잔재, 독립운동가에 관한 기사와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것은 그동안 100년이 지나도록 왜 찾거나 밝히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찾아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101주년부터는 100주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 100주년에 최대한으로 기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왜 100주년을 중요시할까?

아마도 사람이 실감 나게 느끼거나 경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간이 100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100년을 살기 어렵지만 100년을 사는 사람이 있기에 100세를 희망할 수 있다. 그래서 100년까지는 느낄 수 있는 기간이지만 100년이 넘으면 상상할 수는 있으나 실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200주년보다 100주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중요한 일이 둘이나 있는 해이니 백범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여는 등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어사전을 보면 ‘기념’이란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으로 나온다.

사전에 나온 대로 기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뜻깊은 일’은 기념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그것은 ‘뜻깊은 일’의 의미와 행위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단순하게 기억하고 마음에 간직하는 것을 넘어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기념일 것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기념을 넘어서야 한다. 3.1절에 광장에 모여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것도 좋지만 잘못하면 의미를 단순하게 만들 수도 있고 일회성 연례행사로 그칠 수도 있다. 계승과 발전시키려는 의지와 행위가 있어야 기념일은 연례행사로 전락하지 않는다.

기념일 중 연례행사로 전락한 대표적인 것이 한글날이다. 10월 9일이 되면 언론에서 먼저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한글처럼 아름답고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글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그리고 나머지 364일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글을 파괴하고 영어와 한자, 외래어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

임시정부 수립은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왕이 주인인 왕국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임시정부 수립의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려면 임시정부가 1941년에 발표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제대로 학습해야 한다. 일독을 권한다.

건국강령은 독립전쟁 방법을 정하고 일제로부터 국토를 회복한 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규정했다. 민족 자결에 의한 독립국으로서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 실현을 나라 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정치는 보통선거를 하는 민주공화국으로, 경제는 토지와 공용적 주요산업의 국유화, 농공인의 의료비 면제 등을, 교육은 고등교육까지 무상 실시로 정하고 있다.

임시정부 건국강령과 지금의 우리 사회를 비교해 보면 모든 분야에서 강령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는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정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을 열고, 여럿이 모여서 상하이와 충칭의 임시정부 터를 보러 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분들이 어떤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키려 했는가를 모르고, 모르기에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면 상하이와 충칭에 가는 것은 단순한 관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관광이야 아무 때나 가면 되는 일이고 굳이 거창한 명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백범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여는 것은 정부의 각오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것은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어야 하며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다른 것은 기념하더라도 임시정부 수립은 기념하지 말고 계승하고 발전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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