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여 일만에 만난 트럼프-김정은, 2시간여 함께해
메트로폴 호텔의 친교만찬, 실무 성격으로 진행돼
외교가, 톱다운 방식 빅딜 가능성 높지 않다고 판단
성과 미미할 경우, 두 정상 외교적・국내적 압박 직면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28일 하노이 최종 담판을 앞두고 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실무 성격의 만찬을 가졌다.

앞서 두 정상이 싱가포르 1차 회담 이후 260여일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는 다소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은 메트로폴 호텔에서 약 2시간가량 단독회담과 친교만찬을 가진 후 한국시간 10시 50분경 각자 숙소로 복귀했다.

북한 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 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친교만찬에 배석했다. 친교만찬이 실무 성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동안 양측이 조율한 합의문 초안이 완성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양측의 합의가 미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만찬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해제를 두고 막판 담판이 진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검증에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면 심야 조율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그리고 다른 지역 내 핵시설의 포괄적 신고를 포함하는 로드맵 작성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얘기해왔고,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변 핵시설 동결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지만, 폐기나 검증, 더 나아가 다른 지역 내 핵시설의 포괄적 신고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명시적 상응조치, 즉 대북제재 (일부)해제가 없는 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미 간 공식적인 정전의 의미, 상호 불가침과 평화적 노력 등을 담은 내용이 합의문에 포괄적으로 담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DB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트레이트뉴스DB

지난 21(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는 이번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로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이해 증진,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여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협력 등을 꼽으면서, 양측의 조율이 하노이 담판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결국 28일 열릴 양 정상의 최종 담판은 큰 틀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톱다운 방식의 빅딜’이 모색될 전망이다. 두 정상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세계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평양과 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를 비롯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그만큼 빅딜 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두 정상이 극적인 빅딜에 이를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이어지는 3차 회담을 기약할지 내일 회담의 결과가 주목된다.
bizlink@straightnews.co.kr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