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 김현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기한을 연장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이달 정상회담을 예고하면서 양국간 무역 전쟁을 끝낼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워싱턴에서 차관급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잇따라 열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대표로 나선 고위급 협상은 22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양측이 회의를 이틀 연장할 정도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이달 1일로 예정됐던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있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냈음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 2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이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의 절반 가량에 25%의 관세가 부과돼 경제적 타격일 불가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 기간을 연장한 것은 미국측도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미국은 3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양국은 이번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정상간 합의의 '틀' 역할을 양해각서(MOU) 형태의 중간 합의를 만들어낼 계획이었다. MOU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논의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류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나는 MOU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최종 계약이 중요하다"며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 주석과 만나 직접 무역 전쟁을 끝낼 '빅 딜'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중국은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등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줄이려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외국 기업 차별, 환율 등 구조적인 부분을 문제삼았다. 

이에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듯 했지만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다소 온건하게 바뀌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협상 타결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중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중국 직원들이 지난달 14일부터 이틀 간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월1일까지인 양국 무역협상 시한을 60일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중국 직원들이 지난달 14일부터 이틀 간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월1일까지인 양국 무역협상 시한을 60일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대중 온건파들은 중국과의 이번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증시가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무역 합의의 윤곽도 선명해지고 있다.

먼저 중국은 우선 미국산 대두(콩), 옥수수, 밀, 쇠고기, 가금류 등의 구매를 단계적으로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진행 과정에서 미국 농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합의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 이전을 억제하는 조치를 약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와 법 체계를 얼마나 바꿀지가 관심사다.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합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었다.

아울러 중국은 생명공학, 화학 등의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서비스 시장의 개방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보조금 지급은 중국 산업 육성 정책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가장 까다로운 의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미국의 요구가 강한 만큼 중국이 일부 개혁 조치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이 무역 합의가 이뤄진다면 관세 인상 계획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2000억 달러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67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단 양국이 현재 부과 중인 관세를 철폐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타깃이 된 화웨이나 푸젠진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도 나온다.  

무엇보다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최대 쟁점 사항으로 꼽힌다. 미국은 과거 중국이 무역 개방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많은 만큼 강력한 이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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