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쌓기’ 나선 북미, 문 대통령 생화학무기 둘러싼 α와 β 풀어낼까?
‘명분쌓기’ 나선 북미, 문 대통령 생화학무기 둘러싼 α와 β 풀어낼까?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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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 상대에 떠넘기는 북미
문 대통령 9개월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주재
트럼프, 김정은에게 구체적 비핵화 요구사항 담긴 문서 제시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에 생화학무기 카드 꺼낸 미국
생화학무기로 인해 향후 확대될 수밖에 없는 비핵화 의제
새로운 방정식은 ‘대북제재 일부 해제+α = 생화학무기+β’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성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북한과 미국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명분쌓기에 돌입했다.

첫 포문은 북한이 열었다. 회담이 결렬된 2월 28일을 막 넘긴 3월 1일 0시 10분(현지시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북측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 2층 컨퍼런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측의 반응이 나온 것은 3월 3일(현지시간)이었다. 백악관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미국 CBS와 폭스(FOX)뉴스, CNN에 연이어 출연해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 14일 이후 9개월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다. ‘빈손’으로 끝난 하노이 회담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르면 5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함께 하노이 회담을 복기하고 진단할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확대회담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자료:businessinsider)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확대회담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자료:businessinsider)

NSC 전체회의와 이도훈 본부장의 방미에 앞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 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토대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재구성, 회담이 결렬된 이유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회담 결렬 이유로 작용한 존 볼턴 변수

회담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먼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하겠다는 확약 문서를 언급했다.

또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에서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합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2016년부터 취한 2270호, 2375호 등 다섯 가지 대북제재 중 일부, 즉 민생(민수경제, 인민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체제보장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북한으로서는 단계적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고, 따라서 이 두 가지는 현재까지 쌓인 북미 간 신뢰 수준을 감안할 때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논의하는 대신, 동일한 내용이 한글과 영어로 작성된 이른바 ‘빅딜 문서’ 2장을 내놓았다. 비핵화 논의가 시작된 이래 사실상 처음 제시된 구체적 문건이었다. 그 문서에는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정의와 요구사항, 그리고 비핵화 대가로 북한이 받을 엄청난 경제발전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문서에는 ‘생화학무기 포기’라는 북한이 받을 수 없는 요구사항 하나가 더 담겨 있었다.

(자료:nationalinterest.org)
(자료:nationalinterest.org)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미국이 생화학무기를 들고 나온 이유는 “영변 핵시설은 노후화된 원자로에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일 뿐이라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탄도미사일 포기에 더해 생화학무기 포기까지 아우르는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다. 상응조치는 북한의 경제발전이었다.

생화학무기는 지난해 존 볼턴 보좌관이 가끔 언급했을 뿐, 북미 실무회담이나 정상회담에서는 단 한 번도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매파 존 볼턴 보좌관이 확대정상회담 석상에 나타날 때 결렬 우려는 감지됐고, 결국 현실이 됐다.

상대 향한 ‘온화한’ 위협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 오는 경우에도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으름장은 “조미 양국의 수뇌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서 진지한 회담을 진행하셨다”는 말에 묻혔다.

기자회견 후 답변에 나선 최선희 부상의 발언 역시 ‘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담 결렬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영변 핵단지를 통째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미국의 반응에 김정은 위원장이 의욕을 잃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완곡하게 답변했다.

볼턴 보좌관의 위협은 리용호 외무상보다 조금 더 강했다. 북한이 핵연료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는 지적에, 그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것은 경제제재다. 제재를 유지하는 방안과 선박 간 환적을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 역시 “이번 회담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우리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협상이나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등 유화 제스처를 잊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보수진영이 메릴랜드주에서 개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북한과 어떻게 될지 보겠지만 잘 될 것”이라며 “북미관계가 매우 강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화학무기 변수 탓에 확대 불가피한 비핵화 의제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신년사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는 화해무드로 돌아섰고, 그에 따라 비핵화 논의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바라보는 북미 양측의 입장은 처음부터 달랐다. 북한은 체제보장과 양국의 신뢰를 담보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일괄타결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괄적 타결, 단계적 이행’ 방안을 제시하면서 북미 양측의 간극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었지만,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미국의 ‘빅딜’ 또는 ‘그랜드 바겐’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넓다.

그 간격 사이에 이제 ‘생화학무기’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들러붙은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회담 직후 가진 통화에서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더러 생화학무기 카드를 다시 집어넣으라고 할 수는 없다. 북한더러 생화학무기를 받으라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양측이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고, 그 명분이 가야 할 방향은 ‘의제 확대’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받으려면 ‘대북제재 일부 해제 + α’가 필요하고, 미국은 또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추가 조치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 오더라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거래의 조건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남북미 3자가 “신뢰 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대폭 완화됐고, 미국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과거보다 안전해졌으며, 북한의 체재는 보장되고 있다. 불과 1년 2개월 사이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매파 중에 매파로 통하는 볼턴 보좌관마저 북한의 체제 보장과 대화 지속을 얘기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기저에 북미 간 신뢰가 깔려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정세는 이미 “북한에 또 속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넘어섰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앞으로 있을 많은 실패의 전주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화학무기 포기’라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그러나 막연했던 싱가포르 1차 회담 당시에 비해 난이도는 덜하다. 그 숙제를 풀 방정식은 “2270호, 2375호 등 다섯 가지 대북제재 중 일부 해제 + α = 생화학무기 + β”이다.

이 방정식의 해법이 곧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첫 단계 공정이다. 생화학무기라는 변수가 부상한 지금, 향후 비핵화 논의의 쟁점은 북한이 수긍할 만한 α와 미국이 수긍할 만한 β로 모아질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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