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법관 10명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검찰이 이들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의 공모 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법관은 100여명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은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등에 관여한 직권남용인 만큼, 검찰이 이와 관련해 어느 수준의 증거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 총력전을 가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 농단 범행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법관 10명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날 기소 대상에 이름을 올린 현직 판사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등 모두 10명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이자 당시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 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재판에 넘겼었다. 이번에 추가적인 기소가 이뤄짐에 따라 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은 모두 14명이 됐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들 전·현직 법관들의 유죄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기소 대상자들을 각각 5개의 공소장으로 나눠 법원에 제출했다. 혐의 내용의 연관성에 따라 공소장을 분리한 것인데, 이는 향후 재판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한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에 참여한 특수1~4부 인력을 하나의 팀으로 삼아 공소유지에 투입할 예정이다. 각 부서 부장검사들의 지휘 아래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직접 법정에 들어가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유죄 입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5일 서울중앙지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다음은 ‘사법농단’ 전·현직 법관 10명 기소 혐의.
5일 서울중앙지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다음은 ‘사법농단’ 전·현직 법관 10명 기소 혐의.

 검찰은 공소유지 외에도 사법 농단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또 다른 의혹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 정치인 등 법원 외부 인사의 재판 개입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의 경우 검찰은 이날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을 이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검찰은 재판부 배당 조작에 대해 공정한 재판의 기본적 절차를 침해하는 '반 헌법적 범행'이라 판단하고 있어 앞으로도 보강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농단 의혹에 등장했던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정치인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 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기소하면서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이군현 의원과 노철래 전 의원 등과 관련된 재판 청탁 및 개입 의혹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이날 이민걸 전 기조실장을 기소하면서 박선숙·김수민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 등의 재판에 대한 국회 측 청탁 정황도 포착했다.

한편 정치권 등 일각에선 이번 기소 명단에서 양 전 대법원장 공범으로 알려진 권순일 대법관이 빠진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양 전 대법원장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이 이번 기소 명단에서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누차 강조하지만 법 앞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법관이라면 더더욱 심판을 피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이들 불명예 판사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뿐"이라며 "국회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사법농단 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3월 국회가 개원한 만큼 국회에서 사법정의를 먼저 회복할 수 있도록 탄핵 참여를 또다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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