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쉼없이 밀려드는 난민 물결을 감당하지 못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난민들의 속도 끓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마다 난민 입경을 까다롭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규제'가 서쪽부터 동쪽까지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쏟아지는 난민들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찰과 군인 등 배치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원래 독일은 '문'을 개방하고 올해 새로 도착하는 난민 100만 명을 위해 체육관, 공항 터미널, 사무실용 빌딩을 임시 피난처로 전환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마저 14일 국경 통제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주변국인 오스트리아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는 등 연쇄적으로 유럽 각국마다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는 세르비아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14일 밤에는 세르비아 국경과 맞닿은 108마일(약290km) 길이 담장의 마지막 빈 틈마저 봉쇄하고, 15일부터는 정식 통로를 거치지 않고 밀입국하는 사람에 대해서 체포는 물론 징역형(3년)으로 처벌키로 했다.

독일과 함께 난민 의무 분산 수용(쿼터)을 주장해온 프랑스도 14일 EU내무장관들이 모인 긴급회의에서 국경 통제강화를 요구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도 국경 입국심사를 재도입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난민 유입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 병력까지 동원해 경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연합(EU)의 상징과도 같은 국경 개방 정책의 급격한 반전을 몰고 왔다. 

영국 BBC 방송은 헝가리가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레이저 철망 장벽 설치를 완료하고 교차점으로 사용되는 철로를 차단한 후에 "난민이 고갈됐다"고 보도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현지 민영방송 TV2에 "비상 사태가 국경 지역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쿼터제로 한시름 놓던 난민들은 유럽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다시 근심에 빠졌다.

세르비아와 헝가리 국경 사이의 '이주 루트'에 머물고 있는 다른 난민들은 "기회를 놓쳤다"며 걱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지난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모함메드 하이에크(26·그래픽 디자이너)는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수용할 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다른 많은 난민들도 유럽 국경의 문이 닫히기 전 시리아에서 서둘러 출발했다. 대부분12일 여정에서 쉬는 날은 3일뿐이었다.

14일 밤 세르비아쪽 국경의 둑에 침울하게 앉아있던 난민 빌랄 라흐마니(18)는 가족과 함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떠났지만 국경이 폐쇄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라흐마니는 국경 폐쇄 소식을 전해듣고 "정말 기분이 안 좋다"며 "만약 우리 가족이 독일에 가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꿈도 사라진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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