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에너지 국가대표, 전압형 HVDC 세계시장 도전장
한국전기연구원·한전·효성 등 총 16개 기관 및 기업, 협약 체결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기대

전압형 HVDC 국산화 개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압형 HVDC 국산화 개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정훈기자] 미래형 송전기술인 초고압 직류송전 기술개발을 위해 한전, 효성, 전기연구원 등 16개 기업과 기관이 1,243억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펼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은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전 전력연구원, 효성, 삼화콘덴서공업을 비롯한 전기·에너지 전문기관 및 기업들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책사업인 ‘전압형 HVDC 국산화 개발 기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유동욱 부원장, 한전 전력연구원 김숙철 원장, 효성 박승용 연구소장, 삼화콘덴서공업 황호진 대표가 서명한 가운데 협약을 체결한 16개 기관 및 기업은 △전압형 HVDC 국산화 개발을 위한 상호협의체 운영 △기술교류 △전문인력 양성 및 환경구축 △IP-R&D(특허전략지원사업) 기반 특허기술 자립화 및 해외 수출역량 강화 등의 내용으로 상호 간 협력을 진행한다.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대량의 전류를 고압으로 원거리까지 전송하는 기술이다.

비상상황 시 이웃 연계망과의 조속한 순환이 가능해 블랙아웃의 위험성이 낮고, 기존의 교류 전력망보다 전력 손실이 적다.

또한 주파수의 제약이 없어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차세대 전력전송 기술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는 이러한 직류송배전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HVDC 관련 기술·산업 확대에 나서며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일본도 주파수가 다른 동·서간 연결을 위해 HVDC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HVDC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동작원리에 따라 ‘전류형’과 ‘전압형’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전압형 HVDC는 재생에너지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송전탑 크기가 작고 지중화가 가능해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도 높다.

특히 해외 선진기업 위주 상당 부분 정착이 되어있는 전류형 HVDC와 비교해 전압형 HVDC는 다양한 전압 용량별 기술개발 단계로, 우리나라가 아직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분야로 인정받는다.

이번 협약은 국내 최초로, 전압형 HVDC 기술자립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 연구기관 및 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국책사업을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외국 기업에 의존해 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총사업비 1,243억원의 대형 국책사업(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前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예산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기술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우리나라의 기술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의 추진단으로 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기관은 한국전기연구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압형 HVDC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을 필두로, 효성중공업을 비롯한 협력기업들이 핵심부품을 제작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엔지니어링(전력계통 현황분석)-설계-제작’까지 이어지는 전반적인 기술 라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 세계 3번째로 전압형 HVDC 최신 기술인 ‘모듈형 멀티레벨 컨버터(MMC, 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기술을 적용한 ‘스태콤(STATCOM)’의 국산화 및 상용화에 성공하며 이번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16년 국내 기업 최초로 해상풍력연계용 20MW급 전압형 HVDC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제주 풍력연계 실증단지에 시스템 설치 및 실증시험도 완료할 정도로,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3일 진행된 협약식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 광주광역시 이용섭 시장,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 효성중공업 송원표 부사장, 한국전기연구원 최규하 원장이 환영사 및 축사를 진행했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HVDC 기술은 전기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세계최고 기술을 보유한 굴지의 기업들만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16개 기관 및 기업이 소통과 한마음으로 단결해 대한민국 HVDC 기술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자”고 말했다.

협약식 후에는 전압형 HVDC 개발 현황 및 계획 등과 관련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문승일 교수, 한국전기연구원 유동욱 연구부원장, 한전 전력연구원 김찬기 책임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했으며, 기술의 중요성과 향후 과제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류 기술,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1초에 60번 극성(極性)이 바뀌는 교류다.

교류는 100여년 전 에디슨이 발명한 직류보다 변압기로 손쉽게 변환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그러나 교류는 전력을 안정화시키기가 더 복잡하고, 전력전송 손실이 크고 지하매설에 따른 거리제한의 단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용되는 컴퓨터 및 일반가전에서부터 산업용 인버터와 전기자동차 모두 직류를 이용할 때 더 효율적이고 안정화시키기 쉽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에도 직류가 더 적합하고 효율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력시스템을 교류 중심에서 직류 중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송전, 배전, 그리고 각 건물과 가정 내부 시스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현재와 미래 사회에 많은 변화와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용하던 교류가 직류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전기 이용의 편리성이 증가한다.

전기차, LED 조명, 일상생활의 가전제품들이 불필요한 변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력망으로부터 직류를 직접 이용해 사용하는 날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줄어들고 현재의 전력망에서 유발될 수 있는 대규모 순환정전의 위험성도 줄어든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각 가정과 건물, 그리고 공장단위까지 직류로 전달될 것이며, ‘전기먹는 하마’로 알려진 인터넷 서비스용 데이터센터(IDC)의 전력체계는 직류에 맞게 고쳐져 효율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의 확산과 함께 직류를 사용하는 건물단지와 도서지역도 생겨날 전망이다.

직류를 가정과 건물에 공급하기 위한 전기부품과 전력기기 시장도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전탑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적은 송전손실과 더 작아진 송전탑으로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전력전송의 새로운 기술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류 시스템을 당장 직류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만능은 아니다.

이미 구축된 많은 전력 간접시설을 교체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특장점을 가진 직류가 대세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많은 세계 유수의 연구자와 기업들이 직류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직류송전은 초고압 케이블, 반도체 및 고도의 통신 기술 외에 많은 부품들이 집약된 기술로서 원거리 송전, 국가간 전력연계 및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에 필수적이다.

교류를 대신해서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는 직류송전기술은 전력산업의 새로운 성장 먹거리다.

전류형과 전압형 HVDC 시스템 비교
전류형과 전압형 HVDC 시스템 비교

◇전류형과 전압형 HVDC 시스템 비교

HVDC는 사용되는 소자와 동작원리에 따라 전류형(LCC)과 전압형(VSC)으로 구분된다.

전류형 HVDC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시켜주는 사이리스터 밸브를 통해 전압을 쌓는 방식으로 손실률이 매우 낮아 장거리 송전 등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전류형 HVDC의 용량이 300MW라면 30MW의 사이리스터 밸브를 30개 쌓아서 전압을 만드는 구조로, 손실률이 약 1%이내로 경제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사이리스터 밸브를 정류하기 위해 발전기와 같은 회전기기가 HVDC 수전계통에 필요하고, 변환장치가 무효전력을 사용하는 탓에 고가의 보상설비가 필요하며 교류-직류 변환 시 발생하는 고조파 방지를 위한 대형 필터가 필수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압형 HVDC는 이러한 전류형 HVDC에 대한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전압형 HVDC는 자체적으로 턴온(Turn on) - 턴오프(Turn off) 능력이 있는 일종의 스위칭 소자인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반도체 소자를 통해 고속으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양방향 송전과 정전시 자가(自家) 기동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고조파가 큰 폭으로 감소해 고조파 필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무효전력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압형 HVDC가 각광을 받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전압형 HVDC는 전류형 대비 60% 수준으로 설치면적이 작으면서도, 실시간 제어가 용이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균일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전압형 HVDC의 단점도 최근 모듈형 멀티레벨 컨버터(MMC, 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기술을 바탕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효성중공업이 개발한 ‘MMC 스태콤(STATCOM)’이 있는데, 이 제품은 초고압 송전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안정적인 계통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전력 보상설비다.

여러 이유로 최근 전 세계에서는 전류형에서 전압형으로 시장이 넘어가는 추세다.

특히 지난 60년 이상 사용되며 이미 정착 단계인 전류형에 비해 전압형은 기술개발 단계로, 우리나라가 아직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분야로 인정받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압형 HVDC 기술개발의 국산화 및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초고압직류(HVDC) 기술이란

HVDC 기술은 기존의 고전압 교류전력(HVAC) 전송방식에서 고전압 직류전력(HVDC) 전송방식으로 변경(발전소의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교류전압을 직류전압으로 변환시켜 송전)함으로써, 전력운용의 안전성 및 효율성을 확보해 국가적 대정전 사태 사전 방지와 전력시장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핵심기술을 말한다.

HVDC 송전방식은 고압교류 송전방식보다 초기 투자비는 크지만, 40km 이상 해저 지중 케이블 및 400km 이상 장거리 송전의 경우 경제성이 있다.

HVDC 방식은 교류송전에 따른 손실을 줄여 송전효율 향상, 계통분할 효과에 의한 사고 파급 예방 및 단락전류 억제 효과로 계통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HVDC 송전은 전압 및 전류가 일정하므로 이론적으로 전자기파 유도가 발생되지 않아 전자기파 간섭(EMI, 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문제가 있는 대도심 용량증설 용도로도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전력설비밀도(설비밀도=설비규모/면적)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발전설비 증가와 전력설비 과밀은 변전설비 차단용량 부족을 발생시킨다. HVDC는 송전선 건설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HVDC기술을 활용하면 우리나라의 전력계통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HVDC는 계통안정화 및 대용량 장거리 송전 등의 요구로 도입이 검토되었으나, 최근 해상 풍력발전 등의 도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연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특징은 발전단지는 대규모로 해안가에 밀집돼 있는 반면 전력의 약 절반 정도를 수도권에서 사용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풍력 단지, 태양광 발전 단지를 바다 위에 건설하고 해저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보내면 신재생 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남서해안의 발전단지에 전기를 만들어 수도권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북상조류가 늘어 전력계통을 불안정하게 하지만, HVDC를 이용해 송전제약을 해결할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국제 전력망 연계 역시 장거리 송전 선로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HVDC 기술이 전력손실은 최소화 하면서도 장거리 송전이 가능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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