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하는 등 정부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거센 질타를 쏟아냈다.

이를 두고 3월 임시국회에서 여당과 야3당이 선거제 개혁을 연결고리로 합세해 자유한국당이 수세에 몰리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의도적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실정을 겨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먹튀정권", "한미동맹 별거" 등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라는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깍아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를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진짜 비핵화라면 자유한국당도 초당적으로 돕겠다. 하지만 가짜 비핵화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실소나 야유가 이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미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별거'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별거 상태가 언제 이혼이 될지 모른다" 등 한미 관계를 '별거', '이혼'으로 비유하며 동맹 균열을 거론한 때엔 여당 의원들이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나왔고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퇴장했다. 산발적으로 중단된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1시간만에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본회의 직후 열린 민주당의 긴급의원총회는 사실상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라"고 지시했고, 홍 원내대표는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도를 넘은 것을 떠나 정말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청와대의 반응도 민감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꼬집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항의하자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항의하자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3월 임시국회에서 여당과 야3당이 선거제 개혁을 연결고리로 합세해 '4대1 구도'로 자유한국당이 수세에 몰리자,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의도적으로 초강수를 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울퍼 당내에서는 실질적으로 든든한 지원세력이 없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강한 야성을 발휘해 원내 동력의 결집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계 단일후보인 김학용 의원을 큰 표 차이로 제쳤으나,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충성심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비대위 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맡은 복당파에 대한 당내 불만과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에서 소외됐던 친박계 의원들이 합심해 나경원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신재민·손혜원·서영교 사건 등 대형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의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당 내에서는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로 원내 수장에 오른 뒤 마땅한 결과물이 이 없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해 3월 국회 문을 열었고, 여야 4당이 따르도록 압박했다. 미세먼지 사태와 관련해서는 먼저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해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등 주요 현안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여당에 '맹폭'을 가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투사'로 변신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