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중 '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미약하기 그지없던 시작과, 독립과 국민 정체성 확립을 위한 힘겨운 싸움, 남북전쟁과 노예제도와 서부 개척을 둘러싸고 빚어진 '불가피한 죄악'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영웅적인 노력과 희생을 거쳐,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나라.

오늘날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해온 모든 발전의 정점에서 여전히 실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최선두주자이기도 하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조시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정권이 세 번 교체하는 동안 미국은 9.11테러 이전의 미국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정세를 좌우하고 있으며, 국제 분쟁이나 군사 문제, 경제 협약 등 다양한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며 담대한 도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국가적 위기에도 큰 흔들림 없이 기존의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가속화된 정보화, 세계화와 무관하면서도 특별한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런티어’, ‘민주주의’, ‘지역 정서’, ‘다문화주의’ 등 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1600년대 서부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던 영국의 민간인들에서 '프런티어'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787년 북서부영지법, 1803년 루이지애나주 매입 전까지 무질서했던 사회는 안정을 찾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일확천금을 노린 이민자들, 카우보이들 등이 광활한 대지를 개척하며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이런 그들의 노력은 도전과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문화와 정신으로 이어졌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에 따르면 자연환경에 따른 거친 생활 방식과 습관, 누구나 평등하고 계급 없는 자유, 보편화된 실용주의로 인한 지적 평등, 특히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 종교와 정치의 분리, 대중의 참여 민주주의 발달 등 특화된 개인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역 정서’는 남북전쟁에서 그 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진보와 보수 진영을 든 남북 전쟁, 노예제도, 정치적 갈등, 경제 구조의 차이, 헌법 해석상의 이견 등 제도상의 문제들을 보면,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는 과정이 어떻게 미국의 지역 정서로 굳어졌는지, 그 대립의 여파는 현재 미국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문화주의’는 신대륙 발견 이후 건너온 유럽인, 18세기 이후 멕시코인의 이주 등 다양한 인종이 정착하면서 벌어진 정치적·인종적 배척운동 등에서 파생했다.

19세기 이후 미국보호협회(APA)의 반가톨릭운동, 큐 클럭스 클랜(KKK)의 반이민운동 등 다문화사회가 겪을 수밖에 없는 혼란을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정착하지 않는 유동성, ‘도가니 문화’로 표출된 이민자 수용 및 동화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히스패닉계 이민자와 흑인의 빈부격차 및 차별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제1,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혹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김봉중ㅣ위즈덤하우스
「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김봉중ㅣ위즈덤하우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을 하기 전에 우리는 미국을 좀더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조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이 제시하는 네 가지 힘은 미국을 알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준거를 마련해준다.

특히 미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네 가지 힘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 어떻게 네 가지 힘이 전통이 됐고, 미국인들을 지탱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미국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고, 이미 완성된 나라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만약 미국이 특별했다면 지금까지 동적인 전통을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만든, 미국을 특별하게 만든 정체성은 역사의 긍정성을 믿고 끊임없는 도전과 경계 없는 공존을 동시에 선택한 미국인들의 정신에 맞닿아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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