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자에게 '주판알'만 튕기는 정부
지진 피해자에게 '주판알'만 튕기는 정부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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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임시구호소에는 평균 30여 명의 이재민이 이용하고 있다. 이날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임시구호소에는 평균 30여 명의 이재민이 이용하고 있다. 이날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당시 인근에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에소 촉발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피해에 대한 손해보상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이 아니며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본진의 원인이 됐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보상 절차가 복잡한데다 보상 규모를 놓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열발전소 사업을 추진해온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자연 지진에 무게를 둬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줬다는 시각이 있다. 작년 9월에는 '정부 배상 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사단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조사단이 촉발 지진으로 결론을 내면서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한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포항 시민들은 이번 발표로 법리 다툼을 위한 학술적 논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 포항시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20일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모든 책임은 지열발전소를 추진한 정부에 있다”며 “향후 피해배상과 대책마련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 시민들이 결성한 단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은 지난해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 배상액은 지진 피해와 산업공해 피해 부문으로 구분해 지진 피해는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감정가)를 제외하고도 1인당 1일 위자료 5000원~1만원, 산업공해 피해는 2000원~4000원 등이다.

올해 초 2차 소송에는 1100여 명이 추가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소송 참여가 포항시민 전체로 확대되면 손해 배상액은 5조원에서 9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양만제 포항지진 시민대표 자문위원은 “지열발전시험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지진유발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지진으로 인해 포항지역은 부동산 가격하락과 정신적 피해 등 피해액만도 수조원으로 정부가 이제라도 대책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흥해 한 주민은 “늦게나마 지진발생원인이 밝혀진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포항시민의 정신적 물질적 손해배상은 물론 지열발전소 유치 운영 과정상의 문제점과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른 정부 입장 발표에 앞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른 정부 입장 발표에 앞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촉발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포항 지역의 주택과 부동산 가치 하락분을 감안하면 이 규모는 휠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 상공업계는 자연 지진으로 분류됨에 따라 피해 손해배상에 제외됐던 공장 피해액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동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정부조사단 발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증적 연구결과를 통해 유발지진이라고 밝혀 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해 환영한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디딤돌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는 시 차원에서 대규모 소송에 대한 방향 제기와 규모, 대상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열발전소 운영사인 넥스지오는 작년 1월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이번 소송에서 지더라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포항 지진 피해액은 551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경북과 포항 2개 시·도 9개 시·군·구의 재산 피해만 집계한 액수다. 

한국은행에서는 30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해 기관 간 피해액조차 큰 차이를 보여 보상 범위와 액수를 둘러싸고 날선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 

특히 지열발전 사업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뿐 아니라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피해보상 수준을 놓고 갈등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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