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스트레이트뉴스]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2일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에서 격돌했지만, 주주들은 현대차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엘리엇의 5조8000억원의 배당 및 이사회 참여 요구를 부결시켰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 수준이다.

현대차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2018년 기말 배당을 보통주 1주당 3000원으로 결정하는 의안을 승인했다. 찬성률은 86%로였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69.5%가 회사 측 배당안에 찬성했다.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씩 5조8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의 제안은 부결됐다. 찬성률은 13.6%였다.

현대차는 사외이사 표대결에서도 엘리엇을 눌렀다. 현대차가 제안한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찬성률 90.6%)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82.5%),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77.3%)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와 달리 엘리엇이 추천한 존 리우 전 중국 완다그룹 최고운영책임자(찬성률 19.6%), 로버트 랜달 맥귄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17.5%), 마가렛 빌슨 CAE 이사(16.5%)는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정의선 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주총 직후 별도의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현대차 측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2008년 기아차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지 11년 만이다. 이번 정의선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그룹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올 한 해 핵심 시장에 대한 실적 회복, 완성차 및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 재구축,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 역대 최다인 8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쏘나타, 제네시스G80, 브라질 HB20 후속 등 주력 볼륨모델 및 현지 특화차종과 더불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를 통해 SUV 풀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판매를 회복하고 당사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사업과 관련해선 "차량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같은 미래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차질없이 구축하겠다"며 "그룹사 및 협력사와 협업을 강화해 미래 친환경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한 'FCEV(수소연료전지차) 비전 2030'을 추진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확대해 핵심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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