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의 주주총회장으로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의 주주총회장으로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국민연금이 지난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270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해 정관변경에 나섰지만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일반 의결권 행사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를 끌어냈지만 정작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후 첫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선 성과를 거두진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주 행동주의'로 대변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착을 위해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또한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특별의결 사항으로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 안건은 찬성표 48.66%, 반대표 49.29%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 안건은 회사나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 선고가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보고 형 확정 3년까지 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총수 일가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를 통해 기내 면세품 관련 중개수수료만 196억원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관이 변경됐다면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은 이사 자격을 박탈 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국민연금의 정관변경 주주제안이 주목을 받은 것은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해당에서다. 
 
지난달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총수 일가 일탈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 한진칼과 대한항공 중 한진칼에 대해서만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의결했다. 지분 11.56%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달리 한진칼은 지분 보유 비율이 10%가 안 돼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등의 이유가 골자였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국민연금의 결정에 일가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을 행사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무산시키는 데 역할을 했으나,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한진칼 주주총회에선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는 그 과정도 순조롭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 가운데 일부 위원들의 자격요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김경률 위원과 대한항공 주식 1주를 취득한 이상훈 위원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복지부가 법률자문을 받고 위원들간 합의로 논의에서 제척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위원들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등 윤리강령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작년 7월말 개정된 국민연금기금 윤리강령 제10조(기밀정보의 관리) 2항은 '위원 및 직원은 기금운용과 관련한 기밀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그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9일 올해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전문위원회 위원이 비밀유지 의무 등 직무윤리를 위반할 경우 해촉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는 등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 위원 공적 책임강화방안'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운영과 관련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전문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견해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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