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이 불가능해진 김연철 통일부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강행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회에 두 후보자를 포함해 진영 행정안전부 등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7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열흘 이내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나, 주말을 포함해 5일의 기간을 지정한 것에는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내주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맞물려 시작되는 비핵화 외교전 돌입에 앞서 금주 국내 현안을 최대한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오는10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내각 구성 당시 국회에 홍남기 기획재정부(3일)·조명래 환경부(9일)·유은혜 교육부(3일)·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5일)·강경화 외교부(2일)·송영무 국방부(6일)·조대엽 고용노동부(6일)·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4일)·정현백 여성가족부(5일)·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5일)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었다. 

여야는 오는 4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진영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2일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문성혁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낙마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강행 절차를 밟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송부 마감 시한인 7일이 지나면, 8일엔 임명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일 2기 내각 신임 장관들이 참석하는 이른바 상견례 성격의 국무회의를 주재할 전망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에도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10명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선 인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주목할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빠르게 결재한 것으로, 이는 청문 정국을 신속히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보수야당을 향해 간접적인 청문보고서 채택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도 보인다. 

2일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 참석 차 외부 행사를 소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로 복귀하자마자 보고서가 채택 된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부터 결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전까지 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여부가 결론이 나지 않아 임명 방식을 놓고 고민했으나, 오후에 채택되면서 우선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2명부터 임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임명안 결재와 동시에 국회에 통일부·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 등 나머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오는 7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재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워싱턴 순방을 고려해 대통령 출국 전에 낙마한 2명을 제외한 3·8 개각 대상자 5명 전원을 임명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서두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에서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조건으로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송부 재요청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결국 수용하지 않았다. 2일 신속하게 2명의 후보자를 임명한 것도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토록 서두르는 데에는 야권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 경질 주장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4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검증 책임 공세에 화력을 집중할 야당을 의식해 빠른 보고서 채택을 요구한 것으로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서 없이도 장관을 임명할 수는 있다. 다만 급격히 경색될 정국을 우려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형식 요건만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의 수가 향후 총 10명으로 늘어난다면 야권의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놓을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강요식 서울시 구로을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로구민들과 함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요식 서울시 구로을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로구민들과 함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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