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해 170여만 명 산림치유시설 다녀가
산림분야, 남북협력 1호 사업이지만 국제사회 제재로 중단돼
산림치유 후발국에서 10여 년 만에 국제협력 선도국 변모
힐링의 산업화, 사회적 기작 바탕 위에 뒷받침돼야
산림치유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 구축 노력
다양한 국민 참여 수준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영국 국교회에서 감리교를 창설한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는 “문화 없이 숲 없고, 숲 없이 문화 없다”고 했다. 숲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이를 힐링(healing)과 연계해 ‘숲속의 대한민국’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시민단체 ‘희망제작소’와 ‘생명의 숲’을 거쳐 한국 산림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재현 산림청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사)힐링산업협회와 (주)이즈월드와이드가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하는 ‘2019힐링페어(4.4~4.7)’의 주관사로서 특집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농진청 등 힐링 정부 부처를 비롯, 한국관광공사, 마사회 등 유관 기관과 국회 소위 위원장, 국회의원, 그리고 각계 힐링 전문가들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덕성 발행인이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과 세계 생화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에 이어 김재현 산림청장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의 산림정책 로드맵 ‘숲속의 대한민국’과 산림청 내부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재현 산림청장 ⓒ스트레이트뉴스
문재인 정부의 산림정책 로드맵 ‘숲속의 대한민국’과 산림청 내부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재현 산림청장 ⓒ스트레이트뉴스

_취임 1년 9개월째다. 산림정책을 총괄해 본 소회는 어떠신지?

“먼저, 부임하기 전에 산림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시민단체 활동도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해가 발생하거나 산불로 숲이 타들어 갈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무게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현 정부 산림정책 로드맵은 ‘숲속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실효성 있게 하고자 하는 것들을 체계화시켰다. 또 산림청이 변해야 우리 국민들께 더 큰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얼마 전에 종료된 '디자인 유어셀프(design yourself)'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권위구조를 바꾸고 내부역량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

_산림분야가 남북협력 1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과는 어떤가?

“지난 9월에 공식수행으로, 대통령 모시고 평양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병해충 방제 약제 50톤을 북측에 보내고 양묘장 논의도 시작했다. 남북협력 로드맵은 모두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국제사회 제재로 일단 중단이 된 상태다. 국제사회와 국민의 동의, 또 남북합의가 전제되면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산림분야 남북협력사업은 남북이 백두대간 줄기 따라 산림선진국으로써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행정이 주도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국민이 참여하는 그런 방향도 필요하다고 본다. 꾸준히 진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양에서 개최된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김재현 산림청장이 북한 김영남 부위원장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2018.09.18)(자료:공동취재단/ytn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지난해 평양에서 개최된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김재현 산림청장이 북한 김영남 부위원장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2018.09.18)(자료:공동취재단/ytn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_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반면, 저출산, 고령화, 환경성 질환, 청소년 문제 등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평소 생각해 온 힐링관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힐링은 ‘마음가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장수지역을 조사한 적이 있다. 포도와 축산으로 유명한 조지아 장수마을 사례가 유명한데, 거기 사람들은 90세가 넘어도 직접 농사를 짓고, 와인도 마시고, 육류도 많이 먹고, 담배도 태운다. 세계보건기구가 내린 결론은 ‘마음먹기’였다. 그곳 어른들은 90세 이전에 쉰다는 생각이나 100세 이전에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우리 청이 추진 중인 프로그램이 많은데, ‘마음가짐’이 해독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독이 없으면, 그게 바로 힐링 되는 것 아니겠나.”

_산림청의 산림치유 분야는 정말 소중한 힐링 자원이다. 선진국에서는 산림치유가 매우 중요한 힐링 활동으로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산림치유의 개념을 설명해 달라.

“숲에는 경관이나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같이 쾌적함을 제공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요소들이 많다. 질병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면역력을 높이는 데는 치유가 필요하다. 산림치유는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서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_산림치유를 하려면 인프라, 그러니까 시설이 필요할 텐데.

“산림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단기체험형과 중장기체류형으로 나뉜다.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단기체험형인 ‘치유의 숲’인데, 건강에 대해 상담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시설, 물치유, 열치유, 아로마실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립 10개소, 공립 15개소, 사립 1개소, 이렇게 총 26개소가 운영 중이다. 치유의 숲이 잠시 다녀가는 곳이라면 중장기체류형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3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시설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건강증진센터, 수련센터, 명상센터, 연구센터, 숙박시설, 이런 게 들어서 있다. 경북 영주와 예천군 일대에 2,889헥타(ha) 규모로 1개소가 운영되고 있고, 또 한 군데 전북 진안에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을 조성하고 있다.”

_산림치유가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산림치유는 치료보다는 심신 건강과 면역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한 준환자들, 휴식이나 건강 증진을 원하는 일반인이 주요 대상인데, 대체적으로 산림치유를 하기 전과 후 변화를 보면 긴장이 완화되고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거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환경성 질환이 호전되고, 불안장애와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작은 숲이 조성돼 있어 ‘직장힐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정부대전청사. 대전청사에는 산림청을 비롯, 조달청, 특허청, 관세청, 병무청, 통계청이 위치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작은 숲이 조성돼 있어 ‘직장힐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정부대전청사. 대전청사에는 산림청을 비롯, 조달청, 특허청, 관세청, 병무청, 통계청이 위치해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_유럽, 미주, 일본 등 산림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산림치유의 현주소는 어떤가?

“우리는 학계 연구가 2006년이 처음일 정도로 산림치유 후발국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협력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우리 청에 산림복지정책 관련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요청하기도 했고, 중국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이나 인력 전문성 강화, 고도화에 대한 국제협력을 요청해오고 있다.”

_사회 각 분야별로 힐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생각은?

“선진국에서는 멘탈케어, 명상, 요가, 스파 같은 힐링 비즈니스가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한 단계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확대될 것이다. 산림이나 산촌에도 힐링푸드산업과 힐링숙박산업, 힐링체험산업 같은 게 발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산업화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혼례에 상호부조 하듯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하는, 그러니까 사회적 기작이 우선이고, 산업화와 효과성은 그런 걸 잘 살펴서 그 이후에 뒷받침해주는, 그런 게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고 문화와 제대로 결합되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더 하자면, 사회적인 이슈도 힐링의 범주에 포함되는, 그런 폭넓은 접근도 필요한 것 같다.”

_산림치유 시설을 찾는 국민이 늘고 있다. 산림치유는 특히 한방과 연계되면 인도의 아유르베다처럼 힐링의료투어 영역까지 넘나들 수 있다. 산림이나 산림치유시설 활성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그램은?

“산림치유 서비스는 생애주기별 치유에 맞춰져 있다. 난임부부를 위한 ‘잉태의 숲’이 있고, 모자 건강을 위한 ‘숲태교’ 프로그램도 있다. 또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치매를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림,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도 중요하다.”

_그동안 시설을 다녀가거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

“2011년에 15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70여만 명 정도가 다녀가셨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신 국민들도 2011년 11,000여 명에서 지난해 27만 명을 넘었다.”

_미래의 산림치유를 위해서,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추진하는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산림치유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보다 쉽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생활권 산림치유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여러 사회보장제도와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산림치유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산림치유지도사의 활동 범위도 넓히고,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또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할 일이 참 많다. 이 모든 게 일자리 창출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산림치유 정책과 프로그램, 산림치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김재현 산림청장 ⓒ스트레이트뉴스
현재 추진 중인 산림치유 정책과 프로그램, 산림치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김재현 산림청장 ⓒ스트레이트뉴스

_내일(4일)부터 7일까지 (사)힐링산업협회와 (주)이즈월드와이드가 주최하는 ‘2019힐링페어’가 열린다. 힐링페어는 국내에 산재한 각 분야 힐링 활동을 한데 묶어 산업화하려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산림청장으로서 이번 힐링페어에 거는 기대와 의미를 평가한다면?

“우리 청은 그동안 힐링페어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왔는데, 이번에는 식목일 행사 준비와 겹치는 바람에 개막식에 참석할 수 없어 많이 아쉽다. 먼저 박수를 보낸다. 이번 2019힐링페어에도 이시형 박사, 고도원 원장 등 저명한 힐링 명사 분들의 특강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것으로 안다. 힐링문화 활성화와 힐링산업 저변 확대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_업무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힐링 방법이 있는지?

“시간이 날 때 숲길을 걷는다. 그게 저한테는 최고의 힐링법이다. 숲에 가기 어려울 때는 대전청사 안을 산책한다. 여기는 곳곳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우리 직원들도 점심 이후에 산책을 많이들 하신다. 직장힐링 차원에서 우리는 상당히 좋은 근무환경을 가진 셈이다. 또 예전에는 업무 후에 술을 많이 마셨지만, 요즘 금요일 회식은 역적이다.(웃음) 그리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국민들과 소통하는데, 현장 모습 보여드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쓰고 댓글도 달고 그러면서 소소한 힐링을 즐기고 있다.”

_그밖에 대한민국 힐링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이 시점에, 산림청 수장으로서 강조하거나 정치권에 요청할 사항 또는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힐링은 우리 사회구성원이 행복해지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일본의 병원에 가보면 ‘1주일 정도 산촌에 가서 유기농을 채취하고 산림치유를 하라’는 처방전이 현재 발급되고 있다. 그만큼 힐링과 산림치유가 국민 속에 자리를 잡았다. 꿈같은 얘기다. 우리 어른들이 멀리 보고 잘 키워내야 하는데, 아이들은 자연과 괴리된 삶을 살고 있다.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단절됐다. 힐링 커리큘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건 학부모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 사회에 이런 요청을 좀 드리고 싶고, 저희는 저희대로 국민들께서 식물과 산림에 대해 배우고 참여하면서 ‘자기화’해 나가는 과정, 함께해 나가는 과정을 더 치밀하게 준비하겠다. 또 다양한 참여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려고 한다. 지켜봐 주시고, 우리나라 산림과 산림정책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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