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 회장 관련 재판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당초 이날 오후 조양호 회장 관련 공판준비기일도 예정됐지만 사실상 공전하게 됐다. 검찰과 법원은 조 회장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 관련사건 등을 마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횡령·배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된 상태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별세함에 따라 관련 재판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회장 수사는 지난해 4월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기업·금융범죄전담 부인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조양호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약 16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7월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법원은 피의 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한 차례 더 조양호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10월 조 회장 외 3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사기, 횡령 및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추산된 조양호 회장의 횡령·배임 등 규모는 274억원 규모다. 2003년부터 지난 5월에 걸쳐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조현아·원태·현민 3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과 '땅콩회항' 사건과 조양호 회장의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으로 충당한 것은 각각 특경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또한 재벌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조양호 회장이 2010년 10월~2012년 12월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겨 수익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재판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은 단계다. 지난해 11월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은 약 10분 만에 끝이 났고, 지난 1월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도 조양호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조양호 회장 측에서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적지 않은 법정다툼이 예고됐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지난 2월 조세포탈 혐의로 조양호 회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 기소 가능성이 제기돼 사안은 복잡해지고 재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의자가 세상을 뜨면서 조양호 회장의 혐의점을 밝히는 재판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양호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3명에 대한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조 회장 외 3인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이다.

법원은 조양호 회장 작고에도 공판준비기일을 변함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에서 기일변경신청 요청이 오면 연기를 검토키로 했다. 검찰은 아직 기일변경을 신청할 지 등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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