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박삼구 전 회장의 승부수에 대해 금융당국과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무악화를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일 산업은행에 5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강력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의 보유 지분 4.8%를 포함해 총수 일가의 모든 금호고속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3년 안에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 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아시아나 매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최종구 위원장 "대주주 재기 아닌 회사 살리는 기준서 지원"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금호아시아나 자구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영정상화를 위해 3년의 말미를 달라고 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하더니 또 3년의 기회를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한다”며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을 한다는데 아들은 뭐가 다른지 이런 것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어떻게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3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었던 것인데 이 상황에서 또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 봐야 한다”며 “채권단은 대주주의 재기를 돕는 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기준에서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내놓은 만큼, 총수 일가가 모든 걸 내놓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200억원 담보로 5000억원 지원해달라?" 냉담

금호아시아나가 올해 갚아야 할 채무는 약 1조 2000억 규모로, 이중 4000억원은 채권단의 대출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지배구조는 지주사격인 금호고속이 금호산업을 소유하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를 들고 있다.

산은이 공개한 금호 측 자구계획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천900주(4.8%)를 채권단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분은 이미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지분이다.

금호타이어가 2017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지만,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하던 시기 빌린 채무 약 2500억원이 남아 있어 채권단은 아직 담보권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채권단이 이 담보를 해지해줘야 담보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담보 돌려막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실상 부인과 딸의 지분만 신규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시장의 평가를 보고, 채권단 회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금호아시아나가 5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내놓겠다는 담보지분은 시장가치로 2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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