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前 다스사장 "MB, 분식회계도 제안"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다스 의혹'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다스 의혹'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다스 최대 주주로 경영에 관여하고 불법행위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20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그간 수차례 불출석했던 김승우 전 다스 대표는 이날 증인지원 절차를 통해 법정에 나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다스 설립 및 운영 과정에 이명박 전 대통령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인물로,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이날 공개된 김 전 대표의 과거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그는 '1995년께부터 다스에서 이익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조서에는 이듬해 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결산보고 하는 자리에서 '이익이 많이 나면 현대자동차와 가격 네고(협상)에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으니 분식하는 방법으로 조정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기재했다.

김 전 대표는 이 내용이 사실인지 묻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질문에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제 자신도 보호를 해야 하지만, 이 전 대통령도 보호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아마 저렇게 진술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지시로 분식회계를 한 것인데 당시 이 전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에 거짓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분식회계 시점에 대해 다른 다스 직원들의 진술과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김 전 대표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집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2월 1회 신문 때는 2001년까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검사가 '2002년 이후에도 조성한 사실이 있냐'고 물으니까 '지금 생각하니 2002년 이후에도 경영상 필요에 의해 회사 차원에서 조성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며 "경영상 필요에 의해 회사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지금 말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비자금 조성하고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냐"고 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서울에 올라가는 비자금도 일종의 경영상 비자금이고, 회사 자체 내에서 하는 것도 비자금인데 2002년 이후에도 비자금 조성 사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비자금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포함되는 거냐'는 질문에도 "네 그렇다"고 했다. 

또 2006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가 큰 꿈, 올해부터 위험한 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회계 업무 담당이었던 권승호 전 다스 전무와 관련 내용을 의논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표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권 전 전무 역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경영 보고·승인·지시가 이뤄져서 그렇게 말했고, 주요 보고서나 현안 문제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지시가 이뤄진 걸 그대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년 서울에 찾아가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게 맞는지', '그 때 비자금 조성 사실 보고도 했는지' 등을 묻는 이 전 대통령 측 질문에 "맞다. 표로 만들어 보고했다"고 답했다. 단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 불린 이영배 금강 대표에게 비자금을 건넨 내역을 정리해둔 장부는 특검이나 검찰 수사에 대비해 없앴다고 했다.

이날 남궁범 삼성전자 부사장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전부 "모른다"고 답해 30분도 채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소송비 대납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남궁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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