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7~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출처=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지난달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출처=노동신문

[스트레이트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외교 다변화로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지지까지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대미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민생 분야 대북제재 완화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행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공개 제안한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우선 순위에 밀려 사실상 성사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7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첫 북러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하기에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최대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벗어나 전통 우방국인 러시아와 함께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 제재국면을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P5(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가운데 하나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지속 이행 여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다. 이에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러시아로 급파한 것에 대한 북러 결속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북미 대화 궤도이탈을 우려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 노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노이 노딜'의 원심력을 받아 북미 대화 궤도를 일정 부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형식 논리를 떠나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문 대통령의 공개 제안을 김 위원장이 수용할지 여부도 지금으로써는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칫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 수순을 통해 비핵화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선택지들이 불투명해지면서 문 대통령이 향후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앞둔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혔다고 전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전통 우방국인 북·중·러와의 본격 연대방안을 모색하기 전에 다시금 기존 남북미 대화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설득도 해보기 전에 불투명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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