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SK케미칼·애경 수사하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SK케미칼·애경 수사하라'

[스트레이트뉴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원료 공급업체 SK케미칼 임원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18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의 1차 공판을 열었다.

박 부사장은 2011년께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 및 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회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이를 은폐하고자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물이다. 

아울러 2017년 9월께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커지자 압수수색에 대비해 SK케미칼에 불리한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 사용을 예외 없이 금지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1994년 첫 제품을 생산할 당시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실험 결과를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 첫 제품을 만들면서 실험을 의뢰해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독하다는 결과를 받고도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SK케미칼 박철 부사장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독성 화학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나딘)'에 대해서도 SK케미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변호인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는 SK케미칼이 제조·판매한 제품이 맞다"며 "반면 PHMG는 다른 회사에서 제조·판매한 제품으로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제품과 (원료) 물질에 대한 유해성 판단은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PHMG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PHMG 물질 자체를 팔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는 주장도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법원에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25쪽에 해당하는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전반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핵심 공소사실인 증거인멸·은닉에 대해서 예단과 선입견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공소장 자체에 모호하게 표현해 마치 모든 피해가 SK케미칼과 관련된 것처럼 구분하지 않고 썼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검찰은 "SK케미칼은 증거인멸을 할때 PHMG와 CMIT 모두 염두에 두고 증거를 수집하고 인멸했다"며 "SK케미칼이 공급한 PHMG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은 SK케미칼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일련의 경과를 기재한 것은 SK케미칼의 증거인멸 동기에 대한 설명자료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CMIT 등에 한정된 것이 아닌 PHMG 사건도 일련의 사건으로 연결된 것이다. SK케미칼은 PHMG 관련 대응 방안도 마련했다"고 꼬집었다.

박 부사장의 2차 공판은 다음달 23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임원 한모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단 조모씨와 이모씨 등 회사 관계자 2명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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