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2〉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2〉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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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이번에는 수출업자 입장에서 환율을 살펴보자. 한국 경제를 흔히 ‘수출경제’라고 말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수출경제를 다른 말로 ‘환율경제’라고도 한다.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하단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지표 가운데 대단히 중요한 지표다. 수출을 많이 하려면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높은 환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 수출은 증가하고, 그만큼 달러를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

가격경쟁력이라고 하니까 좀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 해외시장에서 같은 물건을 누가 얼마나 더 싸게 팔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장사의 원리는 간단하다. 싸게 팔면 잘 팔리고, 비싸게 팔면 덜 팔린다. 한국 제품과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한다.

두 상품의 품질이 비슷할 경우, 한국 제품이 2만 달러이고 일본 제품이 2만 5,000달러라면 어느 쪽이 더 많이 팔리겠나? 아마 미국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한국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가격경쟁력과 환율이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한국의 대표 적인 수출상품인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소나 타 한 대를 생산하는 비용이 2,000만 원이라고 치자. 여기에 500만 원의 마진을 붙이면 자동차 가격은 2,500만 원이 된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 돈의 가치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달러로 표시된 가격표뿐이다. 소나타가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이 2만 5,000달러라고 가정해 보 자. 환율이 1,000원일 때 미국에서 팔린 소나타 한 대 값을 한국에서 원화로 바꾸면 2,500만 원이다.

25,000달러×1,000원= 25,000,000원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어떻게 될까?

25,000달러×1,100원= 27,500,000원

가만히 앉아서 250만 원의 이득을 보았다. 이런 걸 환차익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마케팅 담당 임원이 얼른 머리를 굴린다. “한 2,000달러쯤 깎아줘도 손해 안 보겠네.” 정말 그런가 볼까?

23,000달러×1,100원= 25,300,000원

판매대금을 한국의 은행에서 원화로 바꾸었더니 오히려 마진이 30만원 증가했다. 대당 2만 5,000달러에 팔던 소나타를 2만 3,000달러에 팔기 시작하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간다. 만약 엔/달러 환율에 변동이 없고 원/달러 환율만 올랐다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엔고일 때 실제로 그랬다. 한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의 덕을 톡톡히 본 나라다.

이제 환율과 가격경쟁력, 정확히 말하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의 관계를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환율이 오르면 누가 좋아할까? 수출로 돈 버는 기업들이 좋아한다. 대한민국은 2010년 이후로 5년 연속 수출 실적 세계 7위를 유지해왔다. 1등은 물어볼 것도 없이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다.

고려 말에 원나라에 빌붙어 부와 권력을 거머쥔 권문세족은 양민을 노예로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고 권력에서 소외된 계층의 토지를 폭력으로 갈취했다. 오늘날의 기득권 세력은 그런 무식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어느 주머니에서 나와 어느 주머니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세련된 수법을 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할 때 원/달러 환율은 947원이었다. 2009년 3월 2일에는 1,570원까지 폭등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위기는 달러를 거의 쓰레기급으로 끌어내렸다.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통화의 환율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달러 가치에 비해 상승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원/달러 환율은 떨어져야 정상이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과 유렵에 비해 부실채권의 피해를 덜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환율이 폭등했나? 환율 폭등의 배경에는 강만수라는 인물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재직했으며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한 사람이다. 이명박과 함께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는 취임하자마자 환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을 실행했다.

정부는 어떻게 환율을 올리는가?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는 족족 한국은행이 이를 사들이고 원화를 방출한다. 그러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줄어들고 원화 공급은 늘어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올라간다.

1997년에 악명 높은 투기꾼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태국에서 한 짓을 대한민국 정부가 똑같이 했다. 차이가 있다면 소로스의 공격 대상은 바트화였고, 이명박 정부의 공격 대상은 원화였다는점이다.

대기업의 머리 위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돈벼락을 동반한 꿀 같은 비였다. 2009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대부분의 수출 대기업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에 서민들은 죽을 맛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자동으로 물가가 오른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밀가루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서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1997년 이후 ‘고용 유연화’가 꾸준히 진행되어 노동시장을 대기업 입맛에 맞게 바꾸어놓은지 오래다.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에서 빠른 속도로 돈이 빠져나갔다. 그 돈이 어디로 갔나? 고스란히 대기업의 금고로 흘러들어갔다. 만 명의 가난뱅이를 털어 한 명의 부자를 돕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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