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집권 2년을 지나 3년차를 맞는 가운데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을 추구했으나,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단연 한반도 지형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핵실험 도발로 위협에 시달리던 한반도에 신뢰를 통해 평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2년 만에 이끌어 낸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을 현저하게 낮추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토대를 쌓았다.

2년 전 베를린에서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바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미 비핵화 대화의 길로 이끌어 냈고,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으로 남북 정상 간 사실상의 종전선언 합의를 도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을 현실화시킨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년의 주요 성과다.

지난해 유럽 5개국 순방 당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유엔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던 것도 의미있던 시도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실적으로 큰 공감대를 얻지 못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켰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로 한반도의 봄은 뒷걸음질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교착을 풀기 위해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다.

이에 집권 중후반기를 맞이한 현재 시점에는 앞서 구축한 남북미 정상 대화라는 기본적 토대에 실질적인 비핵화 단계를 도출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한반도 평화 구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로서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국면을 타개할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이라는 기본 전제마저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미의 관계가 긴장감이 팽배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감행한 대규모 화력훈련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는 평창올림픽 기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같은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까지 확대 중단하는 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성립되면서 이후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간의 긴장감이 고조됐고, 북한이 저강도 무력시위를 감행하면서 대화 국면에서 상호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를 두고 국정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대외 압박의 성격은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력시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퍼레이드 하며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퍼레이드 하며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당일인 지난 4일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우려의 뜻과 함께 군사적 긴장의 고조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비핵화 대화의 소강국면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하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성공 발사 이면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메시지를 간파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물밑 대화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이끌어냈었다.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간 새 대화 국면이 빠르게 전개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이 비슷한 패턴을 통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게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로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선순환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의 전제가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지난 7일 통화에서 북한의 전술유도무기 및 장사정포 발사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긍정 평가했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 중재외교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