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듣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집권 후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을 찍었던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임금 수준 향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소비를 확대하는 접근법을 택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다소 부정적인 편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정당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다소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최저 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확대, 복지 강화 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국민 소득을 늘리면 소비와 성장이 뒤따라 개선될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시스템은 기대처럼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보편적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 지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경기 부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 주체들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늘면서 지난해 실업률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3.8%를 기록했다.

여론도 좋지 못하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주요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한 결과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62%에 달했고, 긍정 평가는 23%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에는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17%에 그쳤고 긍정 평가는 54%에 달했지만 지난해 8월 조사 때 긍·부정 평가가 역전된 뒤 빠르게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6%에 달했는데, 응답자의 44%는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해결 부족'을 꼽았다.

그렇다고 소득주도성장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면서 노동시장 안에 있는 근로자들의 상황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적인 가계 소득은 4.0%, 근로소득은 5.5%씩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 5분위 배율은 4.67배를 기록해 처음으로 5.0 아래로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구조 개선의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소득과 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소비와 성장도 탄력을 받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에서 지난달 3.3%까지 낮출 정도로 글로벌 경기는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이 돌발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도 성장 흐름이 주춤한 상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에 그쳐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이 지난 3월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재벌개혁! 노동개악저지! 사회대개혁 쟁취! 서비스연맹 총력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은 노동개악을 청부하는 재벌적폐에 대한 분명한 청산의 의지를 밝히고, 노동자의 손을 뿌리치고 재벌과의 어설픈 타협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이 지난 3월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재벌개혁! 노동개악저지! 사회대개혁 쟁취! 서비스연맹 총력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은 노동개악을 청부하는 재벌적폐에 대한 분명한 청산의 의지를 밝히고, 노동자의 손을 뿌리치고 재벌과의 어설픈 타협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모두 부진에 빠졌다. 수출은 글로벌 무역 전쟁과 세계 경기 부진, 반도체 경기 하강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2.6% 감소했다.

민간 소비(0.1%)와 정부 소비(0.3%)는 0% 대 증가세에 그쳤고, 설비투자(-10.8%)는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늘릴 경우 고용과 소득은 물론 소비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부는 거시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 정책의 다른 한 축인 '혁신 성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신산업 육성 정책은 4대 플랫폼 경제(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5G)와 8대 선도산업(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 시티, 드론,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에 집중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은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 등 대기업들이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던 분야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두고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재벌·대기업 중심 정부주도형 경제성장에 기대는 격이라고 꼬집고 있다.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경제의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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