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선거의 虛와 實 ②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론이 연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표에게 “불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부산에 출마할 것”과 정세균ㆍ이해찬ㆍ문희상ㆍ김한길ㆍ안철수 등 전직 대표들에게는 “적지 출마를 비롯한 살신성인을 촉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혁신위 내부에서는 심지어 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영도에서 격돌하는 방안이 베스트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지더라도 그만큼 대의명분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하여 문재인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말해 일단은 부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혁신위의 제안에 힘을 싣고 안철수 전 대표 등 다른 중진들의 결단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 밀집 지역으로 이분들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그렇게 약속했다.”며 혁신위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위 활동을 마감한 조국 교수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문재인-안철수 쌍끌이’가 보고 싶다. 한번 몸을 던져 달라. 그래서 부산을 포함한 전국 진보개혁진영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질러 달라”며 다시 한 번 문-안 부산 동시 출마를 피력했다.

이렇듯 추석 연휴 기간 정치권을 달군 뉴스로는 단연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 여부와 출마한다면 그 상대는 누가 될 것인지 여부였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부산 의원들이 거의 예외 없이 자기 지역구에 좀 보내주면 좋겠다.”고 소개하며 몸값 올리기 차원에서 서로 자신 있다고 전했다. 혁신위로부터 해당행위자로 지목된 조경태 의원 또한 부산에서 붙을 용의가 있다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처럼 혁신위의 요구에 따라 문재인 안철수 전·현직 당대표가 솔선수범을 보여 부산 출마를 결행한다면, 다가오는 20대 총선을 과연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야당은 위험한 고비의 시기이다. SBS-TNS가 공동으로 실시한 추석맞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야 의석수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다. 새누리당 의석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34.2%로 그 다음이었고, 새정치연합 등 야당 의석수가 늘어날 것이란 응답은 16.4%였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새누리당이 과반수인 159석, 새정치민주연합은 128석이다. 혁신위가 전·현직 당대표의 부산 출마라는 초강수를 제안한 이유도, 비교적 개혁적이라는 정세균·이해찬과 같은 전직 당대표의 살신성인을 촉구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그러면 혁신위원회가 야당의 총선승리의 전략지역으로 분류한 부산 공략은 과연 옳은 선택지일까? 우리나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1등만 당선되는 폭력적인 선거제도이다. 13대 소선거구제 부활 이후 1등 정당의 의석 점유율은 호남이 90.2%, 대구경북 78.1%, 부산울산경남은 71.8%였다. 부산울산경남도 17대 이후로는 81.1%로 오히려 지역성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4석을 얻었고 민주노동당도 2석을 획득했다. 그러므로 열린우리당의 4석은 총선 승리의 결정타는 아니다. 81석으로 주저앉은 18대에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각각 2석을 얻는데 그쳤다. 낙동강 벨트 전략을 구사하며 사력을 다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가장 저조한 3석을 얻는데 그쳤다. 따라서 의석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부산 공략’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17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수도권 석권에 있었다. 109석 중 70%에 해당하는 76석을 휩쓸었다. 이로써 영남에서의 49석 열세를 대부분 만회했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은 127석, 야권연합은 140석으로 야권으로는 사상 최대 의석을 획득했다. 역시 그 원천은 수도권이었다. 11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61.6%인 69석을 챙긴 것이다. 전북에서 지역구를 옮겨와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전 대표가 선봉에 섰다. 그는 13대 이후 종로지역 총선에서 민주당계열 후보로는 처음 승리하며 한강 이북 후보 23명의 무더기 당선을 견인했다.

30년 전 2·12 총선 당시 신민당 돌풍도 서울 종로에서부터 시작됐다. 10대 국회에서 충북 청주를 지역구로 활동한 이민우 총재가 직접 종로로 이동, 출전했고 서울 14개 지역구 모든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때는 2인 선거구였지만 신민당 후보들은 무려 12개 선거구에서 1등으로 당선되며 압승했다. 따라서 내년 4·13 총선 때도 새누리당이 서울 종로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출마시켜 수도권 바람을 일으킨다면 문재인 또는 안철수 두 전·현직 대표 중 한 사람이 그 맞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편 대선을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노무현 후보 때보다 10% 높아진 득표율에 힘입어 대단히 선전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 권영길 후보’ 합계로 144만표를 졌으나 문재인 후보는 111만표 정도 졌다. 5% 높아진 투표율에 유권자가 64만명이 늘었는데 33만표로 격차를 줄였으니 나름 선전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과 수도권에서 본 손해는 예상보다 컸다. 문재인 후보는 수도권에서 약 5만표 정도를 졌다. 이와 반대로 대선에서 이겼던 노무현 후보는 72만표를 승리했다. 둘을 비교하면 문 후보는 유권자의 49.4%(18대 대선 기준)가 거주하는 매우 중요한 수도권에서 크게 패배한 것이다.

수도권은 출향 호남인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그대로 전달되는 특징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호남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후보 때보다 득표율 4.2%가 하락하며 약 10만표 정도를 덜 얻는다. 투표율 증가까지 고려하면 약 20~30만표 정도를 허공에 날려먹었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에게 13대 이후 역대 새누리당계열 후보로는 최초의 두 자릿수 득표율(10.52%)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미세하지만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 하락, 박근혜 후보의 두 자릿수 지지율 기록 등등, 이런 현상들이 호남선을 타고 상경함으로써 수도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므로 대선 패배의 주된 요인은 바로 수도권 패배에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누가 뭐래도 야당의 전략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다. 단언컨대 1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 총선에서는 더 더욱 낙동강 벨트는 아니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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