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5〉달러의 관점에서 금의 관점으로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35〉달러의 관점에서 금의 관점으로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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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달러의 관점에서 금의 관점으로

금값이 1,800달러라는 말은 달러/금 환율이 1,800달러라는 뜻이다. 미국 종이돈의 화폐단위는 ‘달러’이고, 금의 화폐단위는 ‘온스’다. 원래 한 몸이었으나 스스로 금을 분리하는 바람에 한낱 종이돈이 되어버린 달러는 진짜 돈에 의해 냉정한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금이 진짜 돈이라면 이런 발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금으로 세상의 모든 화폐에 값을 매긴다.” 왜 안 되겠는가?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시작되었을 때의 금값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이 세상 모든 화폐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44년에 금 1온스는 35달러였다. 당시 달러는 태환화폐였으므로 금의 가치와 달러의 액면가는 정확히 일치한다. 다시 말해 금 1온스와 미화 35달러의 구매력은 같았다.

금 1온스의 구매력=미화 35달러의 구매력

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은 지난 5,000년간 금이 어떤 정치적 격동과 인플레이션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금 1온스에 해당하는 35달러의 가치지수를 1,000포인트로 잡아 보자.

달러가치지수=(35÷금 1온스의 달러표시 가격)×1,000
                          (35÷35)×1,000= 1,000

간단한 계산이다. 1944년의 달러가치지수는 1,000이었다. 이 수치가 오늘날 어떻게 변했을까? 2018년 1월 20일 현재, 금 1온스의 가격은 1,332달러다(소수점 이하 반올림).

                          (35÷1,332)×1,000= 26.28

2018년 1월 20일 기준, 달러가치지수는 26.28이다. 금의 가치는 불변이기 때문에 금의 구매력은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다. 달러의 구매력은 1,000에서 26.28로 줄었다. 대충 계산해도 38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게 돈인가? 이런 돈을 저축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화폐수집가일 것이다.

달러의 구매력이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는 사실을 못 믿는 사람은 직접 달러로 물건을 구매해 보면 안다. 지금 1만 달러로 살 수 있는 금은 7.5온스다. 이 돈을 그대로 1944년으로 갖고 가면 금 285.7온스를 살 수 있다. 이번에는 금이라는 화폐의 구매력을 보자.

금 10온스로 살 수 있는 금은 10온스다. 1944년에도 금 10온스를 살 수 있었고, 1973년에도 금 10온스를 살 수 있었으며, 2008년에도 금 10온스를 살 수 있었다. 아마 2050년에도 금 10온스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금의 구매력은 영원불변이다.

그렇다면 2018년에 연준에서 발행한 종이돈 100달러와 1944년의 100달러 지폐를 교환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1944년의 100달러 지폐는 금화gold coin 100달러, 즉 금 80그램과 바꿀 수 있는 돈이지만 2018년의 100달러 지폐로는 금은방에서 겨우 금 2.1그램밖에 살 수 없다.

다른 나라 화폐의 가치는 달러가치지수인 26.28을 현재의 달러 환율로 나누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36.47, 유로화는 32.19, 엔화는 100엔 기준으로 23.75다. 원화는 1,000원 기준으로 24.60이다. 금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달러를 포함한 모든 종이돈은 문자 그대로 종이쪽임을 알 수 있다.

금 빼고 저들끼리만 비교하다 보니 환율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주 한심한 수준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달러의 위세가 절정이었던 10년 전의 금값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현재의 달러가치지수는 형편없다. 2007년 6월의 금값(온스당 654.75달러)을 기준점으로 삼아 달러가치지수를 1,000포인트로 잡는다.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하자.

(655÷1,332)×1,000= 491.74

10년 만에 달러의 구매력이 절반 넘게 줄었다. 그나마 2014년부터 많이 회복된 결과가 이렇다. ‘이러고도 네가 돈이냐?’ 금이 달러를 질타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금의 시각으로 보면, 2007년에 5만 달러를 벌었던 사람은 2018년에 10만 달러쯤 벌어야 10년 전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씀씀이를 줄이고 싶지 않은데 소득이 그대로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이 금값을 기준으로 달러인덱스를 측정하지 않는 까닭은 자명하다. 금하고는 도저히 게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달러가 금을 빼고 벌이는 돈놀이에 현혹되어 죄다 속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화폐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1986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한 빅맥 지수Bic Mac Index라는 지표가 있다. 금이라는 정교한 잣대를 놓아두고 ‘빅맥’이라니, 가소롭지 않은가? 질량, 밀도, 순도, 재질 등 모든 면에서 햄버거는 금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금값의 변화와 미국인의 소득 변화를 비교해 보자.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했을 때 미국의 1인당 GDP는 12,333달러였고 금값은 온스당 35달러였다.

2016년 미국의 1인당 GDP는 57,294달러이고, 금값은 같은 해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1,160달러다. 자, 금과 달러 중에 누가 이겼나? 72년 동안 미국의 1인당 GDP가 4.6배 성장할 때 금값은 33배 올랐다.

금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공황과 모든 인플레이션을 비웃으며 불멸의 구매력을 지켜왔다. 1944년 미국 중산층 한 사람의 연봉으로 352온스의 금을 살 수 있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중산층은 연봉을 탈탈 털어도 50온스밖에 살 수 없다. 금값으로만 보면 미국인의 소득은 70년 전에 비해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금은 거짓말을 안 한다. 금이 정직한 이유는 간단하다. 금은 손상되거나 변질되지 않는 가치를 지녔고, 그 가치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

종이돈의 양적완화는 모든 나라에서 가능하지만 금의 양적완화는 어떤 정부에서도 불가능하다. 전 세계 모든 금광의 광부가 쉬지 않고 일해도 1년에 3,000톤 이상의 금을 캘 수 없다. 2001년 세계 금 생산량은 2,560톤, 2012년에는 2,700톤이었다.

금값이 요동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달러가 요동친다’라는 표현이 진실에 가깝다. ‘금값이 오른다, 내린다’라는 표현은 ‘달러값이 내린다, 오른다’로 바꾸어야 한다.

달러값은 1944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세상의 모든 종이돈이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종이돈의 환율에 일희일비하는 삶은 비루하지 않은가?

금의 입장에서, 금의 시선으로 세상 돌아가는 꼴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인다. 세상의 큰 사기꾼들이 달러를 가지고 어떤 농간을 부리고 있는지.

금은 투자상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현물 금에는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종이 금’을 사고파는 선물先物, futures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모든 수익은 리스크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현물 금은 리스크도 없고 이자도 안 붙는다. 이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인 동시에 국제 금시장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정부와 시장이 금에 이자를 붙여 준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서툰통화정책으로, 시장은 인플레이션으로.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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